重, 파업 찬반 투표 남겨…비상경영설명회 등 사측 진땀
車, 5일 협상결렬 선언…금속 총파업 동참 ‘일정 맞추기’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단협 교섭이 장기 공전하면서 동시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두 거대 노조의 동시파업은 1993년 현대그룹 계열사 연합노조인 현대그룹노조총연맹(현총련) 소속 핵심동력으로 공동 투쟁한 이후 23년 만으로, 자체가 매우 상징적인데다 두 회사의 위상에 비춰 국가경제 전반에 대한 파장도 상당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차보다 사정이 어려운 현대중 노사는 지난 5월 10일 상견례 이후 10여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노조는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 이사회 의결 사항 노조 통보,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전년도 정년퇴직자를 포함한 퇴사자 수만큼 신규사원 채용,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매년 해외연수, 임금 9만6,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직무환경 수당 상향, 성과급 지급,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수주절벽’에 따른 사상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아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사측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사측은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단협과 조합원 해외연수 및 20년 미만 장기근속 특별포상 조항 폐지, 탄력ㆍ선택적 근로시간제 및 재량 근로 실시 등을 노조에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쟁의발생을 결의, 지난달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이에 중노위는 지난 1일 조정중지를 결정, 노조는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만 거치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조만간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물을 전망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17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지도부를 쟁의대책위원회 체제로 바꾸는 등 파업준비를 마쳤다.
이에 대해 사측은 지난 1일 울산본사 체육관에서 사상 처음으로 전 직원을 상대로 비상경영설명회를 갖고 최길선 회장이 직접 나서 회사 회생에 대한 전 직원의 협조를 구하고 나섰다. 분사, 희망퇴직, 근무시간 단축 등 일련의 경영개선 계획에 대한 이해와 수주절벽에 따른 일감 부족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다.
최 회장은 “과거 오일쇼크나 리먼사태 때보다 훨씬 크고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아 우리의 모든 약점이 드러난 만큼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고비용 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집행부 및 상당수 조합원들이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사내 체육관 앞에서 노사대표 긴급 토론회 개최를 요구하며 항의투쟁을 벌이는 등 사측에 각을 세웠다. 노조 측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점만 부각한 일방적인 설명회이자 언론플레이를 위한 쇼”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사도 지난 5월부터 협상을 벌여 왔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5일 열린 제13차 교섭에서 사측이 협상 제시안을 내지 않자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곧바로 투쟁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하고 내주쯤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을 결의한 뒤 13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의 7.2%인 임금 15만2,05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일반ㆍ연구직 조합원(8,000여명)의 승진 거부권, 해고자 2명 원직 복직 등을 요구했다.
회사 측은 위법ㆍ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과 임금피크제 확대, 위기대응 공동 TF 구성 등 3가지 안을 노조 측에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이처럼 때이르게 파업카드를 꺼내 든 것은 금속노조 및 현대중공업노조의 파업투쟁과 일정을 맞추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현대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오는 22일 총파업 일정을 예고하고 공동교섭 상대인 현대기아차 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의 교섭결렬 선언은 오는 22일 예정된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하기 위한 ‘일정 짜맞추기’이며, 대화가 아닌 파업을 선택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무엇보다 임금체계 개선, 주간연속2교대 논의 등은 실질적인 논의가 미진한 상황이므로 원활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교섭을 통해 심도 깊은 논의를 계속 해야 한다”고 노조를 압박했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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