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첼시 리(27)의 ‘혈통 사기’에 휘말린 부천 KEB하나은행이 팀 순위 말소라는 프로스포츠 사상 초유의 ‘기록 삭제’ 처분을 당했다. 첼시 리는 당연히 영구제명 됐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5일 서울 강서구 연맹사옥에서 제19기 5차 이사회를 열고 최근 신분 위조가 적발된 첼시 리 사건에 대해 심의한 결과 첼시 리의 지난 시즌 기록과 시상을 모두 취소하고 영구제명하기로 했다. 첼시 리는 인상, 베스트5, 리바운드상 등 6관왕을 거머쥐며 시상식을 싹쓸이했다. 또 에이전트 2명은 무기한 활동 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첼시 리의 소속팀이었던 하나은행에 대해서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성적을 말소하고 시상금(플레이오프 3,000만원ㆍ정규리그 1,500만원)을 환수하기로 했다. 따라서 지난 시즌 하나은행은 35경기 전원 몰수패 처리되면서 최하위로 기록됐다. 하나은행은 다음 시즌 외국인과 국내 선수 선발 드래프트에서 최하인 6, 12순위를 받게 됐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장승철 구단주와 박종천 감독이 사임했다. 조성남 단장과 한종훈 사무국장 이하 사무국 직원들도 전원 사표를 던졌으나 수리되지 않았고, 감봉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조 단장은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하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법원의 최종 판결은 나오지 않았으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이같이 결정했다. 첼시 리와 에이전트에게 강력히 책임을 묻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연맹은 또 문제의 단초가 된 ‘해외동포 선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이날 이사회에서 여자프로농구의 관리 기구인 WKBL과 그를 특별귀화대상자로 주선하고 추천한 대한체육회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내용은 없었다. 신선우 총재는 이에 “다음 주 재정위원회를 열고 논의하겠다”면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15~16시즌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며 해외동포 선수 자격으로 부천 KEB하나은행에서 뛴 첼시 리는 신인왕을 받고 특별 귀화선수로 추천됐다. 그러나 법무부 심사 과정에서 관련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 농구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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