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을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독주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상대 파벌의 쇠락도 뚜렷해지고 있다. 벌써부터 ‘시진핑(習近平)-왕치산(王岐山) 체제’가 굳어졌다는 분석이 파다하다.
베이징(北京)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5일 “시 주석 측에 의해 리커창(李克强) 총리 측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사실상 궤멸되고 있다”면서 “시 주석이 내년 당대회에서 선출될 2기 지도부의 면면을 ‘내 사람’으로 채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비서실장(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 리위안차오(李源潮) 부주석의 비리혐의 조사 등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모두 공청단 핵심인사들이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들도 이날 일제히 공청단 세력이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반면 시 주석의 측근그룹은 일제히 약진하고 있다. 지난주에 단행된 7개 지방의 수장 인사에선 시 주석과 가까운 ‘저장방’(浙江幇) 세력이 대거 중용됐다. 중국 지도부에선 2인자인 총리가 경제정책을 총괄해왔지만, 올해 들어선 시 주석의 경제책사이자 동창이기도 한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특히 주목되는 인물은 왕치산 중앙검사기율위원회 서기다.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서열은 6위에 불과하지만, 사정ㆍ감찰업무를 총괄하며 ‘호랑이 잡기’에 앞장서온 그는 시 주석 체제의 최고 실세로 통한다. 베이징 정가에선 그가 내년 당대회를 거치면서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최고지도부 자리를 유지할 경우 68살 이상은 물러난다는 ‘칠상팔하(七上八下) 원칙’이 깨지는 것과 동시에 시 주석의 향후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실제 시 주석이 2연임 관례를 깨고 3연임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왕 서기의 최고지도부 잔류가 ‘관행 깨기’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달 말 전ㆍ현직 지도자들의 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 서기의 정치적 역할이 베이다이허 회의를 거치면서 이전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이를 통해 시 주석의 향후 10년 권력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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