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택 회장 배임증재 등 혐의 기소

남상태(66)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임원의 반대 의사를 묵살하면서까지 대학 동창인 정준택(65ㆍ구속) 휴맥스해운항공 회장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수십억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정씨를 배임증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증거위조 교사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중국에서 생산된 선박 블록의 10년치 독점 운송권을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보장받는 대가로 남 전 사장에게 14억원 상당을 건넸다. 정씨의 청탁을 받은 남 전 사장은 업체 선정기준을 변경하거나 및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방식 등으로 2007~2008년 휴맥스해운항공의 자회사인 인터렉스 메가라인과 TPI 메가라인에 일감을 주었다. 특혜 계약에 힘입어 인터렉스 메가라인과 TPI 메가라인은 2008~2014년 총 60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남 전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이 TPI 메가라인에 21억여원을 투자하도록 하기도 했다.
특히 남 전 사장은 A 부사장이 TPI 메가라인과의 특혜 계약에 반대의사를 밝히자 그를 해당 업무에서 배제하고 다른 부하직원에게 지시해 TPI 메가라인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그 대가로 남 전 사장은 정씨에게 TPI 메가라인의 지분을 소유한 싱가포르 소재 특수목적법인(SPC) 메가캐리어의 주식을 차명으로 취득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남 전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영국(런던), 노르웨이(오슬로) 지사에서 조성된 비자금 50만달러를 횡령해 정씨에게 송금하고 메가캐리어 주식 50만주를 차명으로 취득했다. 이를 통해 2011~2015년 배당금으로만 3억원을 챙기고 나중에 매각해 6억원의 차익을 추가로 얻었다.
남 전 사장은 또 대우조선해양의 손자회사 격인 부산국제물류(BIDC)의 지분을 정씨가 헐값에 인수하도록 특혜를 준 다음, BIDC에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을 챙겼다. 역시 BIDC의 주식을 보유한 NCK 로지스틱스의 주식 10만주를 10억7,000만원에 차명으로 취득해 2012~2015년 배당금으로 2억7,000만원을 챙겼다. 남 전 사장이 사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일감몰아주기가 어려워져 BIDC의 가치가 떨어지자 정씨에게 다시 주식을 처분해 8억4,000만원을 1차로 되돌려 받았다. 정씨는 남 전 사장이 2014년 3월 퇴직 후 1년여 간 개인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 및 직원 급여 등으로 2억원을 챙겨 주기도 했다.
정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과거 남 전 사장에게 NCK 로지스틱스 주식을 넘기기 위해 자금을 해외 송금하는 과정에 개입된 지인에게 증거를 위조하도록 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정씨는 지인에게 개인간 채무 관계로 위장하기 위해 차용증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5조4,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개입한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고재호 전 사장에 대해서도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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