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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ㆍ비장애인 게임 함께 즐기면 벽 허물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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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ㆍ비장애인 게임 함께 즐기면 벽 허물어져요"

입력
2016.07.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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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게임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모두다'에서 5일 박비 대표(왼쪽)와 게임마스터 제임스가 보드게임 '미니빌'을 하고 있다. 모두다 제공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게임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모두다'에서 5일 박비 대표(왼쪽)와 게임마스터 제임스가 보드게임 '미니빌'을 하고 있다. 모두다 제공

“저기 네잎클로버 모양이 있네요. 빨리 잡으세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게임공간 ‘모두다’에서 같은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찾아 가져가는 보드게임 ‘도블’이 벌어졌다. 수많은 그림 중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던 기자에게 게임마스터 제임스(20ㆍ가명)씨가 귓속말로 요령을 일러줬다. 다른 게임마스터인 키(25ㆍ가명)씨도 손짓, 눈짓해가며 거들었다. ‘게임 천재들’이라고 써진 핑크색 티셔츠를 입은 게임마스터들의 도움 덕분에 ‘겜알못(게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 기자도 보드의 재미에 푹 빠져 한동안 테이블을 떠나지 못했다.

능숙한 방법으로 게임을 이끄는 이들은 놀랍게도 발달장애인들이다.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이 두뇌 싸움인 게임을 지도한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할 법도 하지만 진행 솜씨는 여느 전문가 못지않다.

‘모두다’는 게임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사회 적응을 돕는 사회적 기업. ‘게임에는 장애가 없다’는 회사 슬로건처럼 게임 공간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 되는 세상을 추구한다. 게임을 좋아해 5년간 게임회사에 다녔던 박비(29ㆍ여) 대표는 지난해 6월 모두다를 설립했다. 초기에는 직원 80%가 발달장애인인 제과회사 ‘베어베터’ 사업장 안에 플레이룸을 마련해 점심시간마다 직원들에게 게임 방법을 가르치고 즐기는 형태였으나 올해 4월부터 장애인ㆍ비장애인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 공간을 열었다. 이곳에선 발달장애인 게임마스터 3명이 70여종의 보드ㆍ비디오게임 방법을 가르쳐준다. 혼자 온 손님에겐 게임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박 대표는 2014년 한 봉사활동에서 게임을 발달장애인 치료에 접목하자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해 가을 볼링게임기를 들고 한 장애인거주시설을 방문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설에 거주하던 20여명의 장애인들이 게임에 관심을 보이며 앞다퉈 다가왔다. 20대 청년은 물론 60세가 넘은 노인에게도 그날의 게임은 ‘인생 첫 플레이’였다. 박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즐기는 비장애인을 위해 사는 것보다 장애인의 적응을 도우며 일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게임은 발달장애인의 재활에 큰 도움이 된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상대방과 지속해서 소통해야 해 사회성을 기르는데 게임만큼 적합한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2013년 장애인개발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능이 낮은 발달장애인의 78%는 특별한 직업이나 소속 없이 집에서 TV를 보며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소통 방법이 서툴러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도 게임을 하면 이기기 위해 동료의 손을 먼저 잡는다”며 “특히 10ㆍ20대 젊은 장애인들은 게임을 통해 친구를 사귄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모두다를 방문한 비장애인 손님들이 게임을 끝내고 돌아갈 때까지 게임마스터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발달장애인은 불편한 존재’라는 편견을 깨뜨린 것 같아서다. 박 대표는 “장애의 벽 없이 누구나 ‘함께 즐기는 게임’의 묘미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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