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 Young Architects Program)’에서 최종 우승한 신형철 건축가(신스랩 아키텍처 소장)의 ‘템플(Temp’L)이 서울관 앞마당에 10월 3일까지 전시된다. 버려진 선박을 뒤집어 지붕으로 활용하는 역발상으로 제작된 이 건축물은 여름 동안 한시적으로 설치돼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의 쉼터가 된다.
짧은 기간 동안 설치되는 작품이었지만 신형철 건축가는 가볍고 임시적인 재료를 택하는 대신 오히려 무겁고 웅장한 재료인 폐선박을 택했다. “한번 만들어지면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게 일반적인 건축물의 특성인데, 임시적으로 건축을 설계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에서였다. 폐선박을 건축물로 바꾸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도면-모델링-시공’의 일반 건축 과정과 달리, 이번 작업에서는 버려진 선박을 찾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인도, 파키스탄 등지의 폐선박을 검토하던 중 그는 전남 목포에서 수명이 다해 버려진 35년 식 선박을 발견했고 그제서야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 작업에서는 그저 버려진 선박이 얘기해주는 대로만 따라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작 과정 역시 기발했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구조와 방수”라는 신형철 건축가는 선체를 거꾸로 뒤집어 지붕으로 활용했다. 거의 변형을 가하지 않은 선체는 그가 중시한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며 파빌리온 구조물로 재탄생했다. 그는 또한 환경의 중요성도 환기시켰다. 대형 선박은 해체 과정에서 각종 오염 물질을 바다에 배출시키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폐선박의 활용 가능성을 확장한 것이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고백한 그는 그러나 “친환경적(eco-friendly)이면서도 경제적(economic)인, 진정한 ‘에코로직(eco-logic)’이 아닐까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건축물의 매력은 내부와 외부가 다른 것에서 나온다”는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그는 상처와 녹이 그대로 남아 있어 거친 외관과 전혀 다른 분위기로 내부를 꾸몄다. 흰 페인트로 내부 공간을 칠하고 나무를 곳곳에 심어 아늑한 정원처럼 느껴지도록 한 것이다. 템포러리(temporary)와 템플(temple)을 합성한 제목 ‘템플’도 사실 작업을 마무리 지은 후에 나왔다. “결과물을 보니 마치 오래된 사원처럼 느껴졌어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1998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장된 신진 건축가 육성프로그램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2014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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