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다’와 ‘부치다’는 소리만 같은 것이 아니라 어원도 같다. 둘 다 옛말 ‘븥다(붙다)’에서 비롯한 말이다. 그런데 왜 어떤 것은 ‘붙이다’로 적고, 어떤 것은 ‘부치다’로 적을까? ‘부착, 접촉, 덧보탬, 사귐’ 등이 ‘붙다’가 지닌 뜻인데, 이런 뜻이 살아 있는 경우에는 그 형태를 드러내어 ‘붙이다’로 적는다. 이렇게 적으면 ‘붙다’와 관련된 말이라는 것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붙다’의 뜻이 남아 있지 않다면 어원을 밝혀 적더라도 어차피 뜻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냥 소리대로 ‘부치다’로 적는 것이다.
‘붙이다’는 사동의 접미사 ‘-이-’가 붙어서 된 말로, ‘붙게 하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이다. ‘메모지를 벽에 붙이다, 연탄에 불을 붙이다, 계약에 조건을 붙이다, 공부에 흥미를 붙이다, 친구에게 말을 붙이다, 상품에 번호를 붙이다, 흥정을 붙이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모두 ‘붙다’의 본래 의미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언뜻 봐서는 ‘붙다’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사실을 알기가 어려운 경우, 즉 ‘옮김, 넘김, 의탁’ 등과 같은 뜻일 때는 ‘부치다’로 적는다. ‘짐을 외국으로 부치다, 임명 동의안을 표결에 부치다, 회의 내용을 극비에 부치다, 삼촌 집에 숙식을 부치다, 한글날에 부치는 글’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이런 까닭으로 “봉투에 우표를 ‘붙여서’ 친구에게 편지를 ‘부쳤다’.”라고 적는 것이다.
다른 종류의 ‘부치다’가 몇 가지 더 있는데 함께 알아 두면 좋을 듯하다. ‘힘에 부치다(미치지 못하다)’ ‘남의 땅을 부치다(농사를 짓다)’ ‘빈대떡을 부치다(기름을 둘러 음식을 익히다)’ ‘부채를 부치다(바람을 일으키다)’ 등이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에 이어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이 ‘우리말 톺아보기’ 수요일자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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