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여전히 생명보다 효율 중시 방증
서울 비즈니스 수도 역할로 충분
용산공원 정부개발안 전면 반대”
“양극화 해소 위한 혁신에 온몸 바친 시장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박원순(60) 서울시장이 민선 6기 2주년을 맞아 5일 서울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남은 임기 과업으로 “불평등, 불공정, 불균형 사회의 탈바꿈”을 꼽았다.
모두 발언을 통해 “역대 시장 명단에 이름 한 줄 올리려고 시장이 된 게 아니다”고 밝힌 박 시장은 “남은 임기 동안 서울의 그늘과 소외를 파고드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어떤 경우에도 시민 누구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비정규직, 갑을사회, 하청사회를 반드시 퇴출시키겠다”는 포부다. 그는 “신분 세습이 되는 격차사회를 없애고 경제적 활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노력하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또 민선 6기 후반기 시정에 대해 “성취보다 부족함에 대한 성찰과 반성, 새로운 다짐으로 시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5월말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이후 시장으로서 자괴감이 들었던 까닭이다. 박 시장은 “사람과 생명, 시민 중심 정책을 펴왔음에도 우리 사회에 시민 생명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각지대가 아직 많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구의역 사고를 규정했다.
박 시장은 “지방 분권론자, 자치론자”를 자처했다. 따라서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개헌이 된다면 보다 더 큰 차원에서 헌법전문에 분권과 자치 시대를 선언해야 한다”며 “서울은 행정과 권력이 아닌 비즈니스 수도로서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등 일부 시정과 관련해 뚜렷한 소신으로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곤 했던 박 시장은 용산가족공원 정부 개발안에 전면 반대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미국 정부에도 본래 약속대로 온전히 신속하게 비워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공원을 민족공원으로 만들어 시민에게 돌려줘야 하며 공원 밖에도 공원과 어울리는 시설이 들어오도록 잘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문제에 관해서는 “정부 결단 없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대문 안 교통량을 대폭 감소시키는 근원적인 안을 가져오라고 해서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시장) 임기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을 왜 자꾸 의심을 갖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5월 전남대에서 한 ‘뒤로 숨지 않고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는 발언 때문에 대선 질문을 많이 받는 것 같다”며 “절망의 사회 앞에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무한책임을 느끼며 서울시부터 시대적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해법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