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말이나 촌철살인의 명구가 있어도 과용은 거부감을 준다. 특히 원어민이 사용한다고 무조건 따라 하거나 흉내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중 하나가 per se인데 이는 식자층이나 유식해 보이려는 사람이 남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Latin어 표현 per se를 영어에서 그대로 차입해 쓰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말인데 지금도 여전히 인기 있는 이 어구가 왜 거부감을 줄까.
문제는 이 어구의 용도와 사용의 적정성이다. 가령 ‘It’s not a problem, per se, it’s a question of context.’ 문장의 경우 per se가 없어도 문맥 이해에 전혀 지장이 없다. 이 라틴어 표현은 ‘퍼 쎄이’로 발음하고 영어로 번역하면 ‘by itself’ ‘in itself’의 뜻이다. 위 문장에 대입해 보면 ‘It’s not a problem, by itself, it’s a question of context’가 되는데 ‘by itself’ 부분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Per se는 고어이기 때문에 문어체에서는 많이 쓰이지만 casual English에서 이를 남용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 이는 대화체에서 한자어를 과용하는 것과도 같은 거리감을 준다. 친구끼리의 대화에서 이 말을 사용하면 ‘잘난 체하는’ 친구로 낙인 찍힐 정도다.
예문을 보면 ‘The statement is interesting per se.’는 ‘그 내용 자체는 흥미롭다’를 의미한다. 물론 per se를 ‘in itself’나 ‘be definition’으로 대체해도 의미는 비슷해지고 ‘as such’처럼 ‘그 나름으로’ ‘그대로’의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따라서 ‘The idea is interesting per se, but I don’t think it’s feasible’이라고 말하면 ‘그 아이디어는 나름 흥미로운 것이나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의 뜻이 된다. Per se는 여러 가지 중에서 혹은 전체에서 한 가지를 특정하여 지칭할 때 유용하다. ‘The song, per se, wasn’t a bad choice, it was your singing voice that was atrocious’(그 노래 자체는 잘못 고른 게 아니다, 형편없는 것은 당신의 목소리다) 문장에서도 per se 용도는 잘못 쓰인 것은 아니다. 법조문에서 ‘Per Se intoxicated’ ‘Per Se DUI Laws’처럼 쓰일 때 ‘그 자체로 음주나 마약을 한 상태인’ ‘음주 금지법 위반’이라는 뜻이 된다. ‘혈중 알콜 농도’(blood-alcohol concentration, BAC))가 0.08%인 경우 무조건 체포되어 처벌받는 것을 말한다. 법조문에서 고전 표현을 인용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일이다.
다만 구어체에서 ‘I wouldn’t call him short, per se. Maybe vertically challenged.’(그가 꼭 키가 작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높이가 짧은 건 사실이니까)처럼 쓰는 것은 문장의 tone과 격조에도 어긋난다. 아울러 고대 Latin어 표현 i.e.(=that is) e.g.(=for example), de facto(=from the fact) 등이 여전히 영어에서 쓰이지만 ‘잘난 체한다’는 인상을 주고 특히 구어체에서 과용할 때는 호감보다는 거부감을 주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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