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의 골프 강자 로리 매킬로이(27), 러시아의 테니스 여신 마리아 샤라포바(29), 미국 농구의 간판 스테판 커리(28). 세계적 스포츠 스타로 이름을 날린 이들에게 공통점이 생겼다. 바로 다음달 6일(한국시간) 개막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불참’스타라는 점이다. 올림픽은 종목별 세계 최정상의 스포츠 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회지만 이번 리우 올림픽에선 사정이 조금 다르다. 지카 바이러스 공포 탓에 자발적으로 불참을 선언한 선수들부터 도핑에 발목 잡힌 스타도 있다.
“지카는 내가 감수하고 싶지 않은 위험”
올림픽 불참 행렬이 가장 도드라진 종목은 지난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회 이후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골프다. 특히 상위 랭커들이 줄줄이 불참을 선언한 남자 골프는 그야말로 울상이다. 지난달 22일 로리 메킬로이가 “지카는 내가 감수하고 싶지 않은 위험”이라며 불참 의사를 밝혀 김이 샜고,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29·호주)를 비롯, 애덤 스콧(36·호주), 비제이 싱(53·피지), 브랜든 그레이스(28), 루이 우스트이젠(34), 찰 슈워젤(32·이상 남아프리카공화국)등도 일찌감치 참가 포기를 선언했다.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에선 저마다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출전권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하지만 대회 개막 한 달여를 앞둔 지난달 30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리 앤 페이스(35)가 “나와 가족의 건강이 먼저”라며 불참을 선언하면서 여자부 ‘불참 러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흥행 걱정을 넘어 벌써부터 ‘골프가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될지도 모른다’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골프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만 정식 종목의 지위가 보장된 상태다.
도핑에 발목 잡힌 러시아 육상과 샤라포바
여자 테니스의 미녀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는 지난 1월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의 도핑검사 때 양성 반응이 나와 지난달 초 국제테니스연맹(ITF)으로부터 2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도핑검사 당시 금지약물에 포함된 멜도니움(Meldonium) 양성 반응으로 징계를 받은 그는 곧바로 국제스포츠중계재판소(CAS)에 항소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리우행 가능성은 희박하다. 도핑의 그늘은 샤라포바 개인을 넘어 러시아 스포츠계 전반에 드리웠다. 지난 2014년 러시아 육상 선수 율리아 스테파노바(30)와 남편 비탈리 부부가 독일 방송사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러시아 반도핑기구가 선수들의 금지 약물 복용을 돕고 있다”고 폭로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조사 결과 러시아 반도핑기구의 묵인 아래 상당수의 육상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조직적인 금지 약물을 복용하고 정부 인사까지 개입해 도핑 테스트 은폐를 시도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지난해 말 “모든 러시아 육상 선수의 올림픽 등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올림픽 위원회와 선수들의 반발로 러시아 육상의 올림픽 출전 여부는 국제스포츠중계재판소(CAS)의 판단에 맡겨진 상태지만 선수 다수의 불참과 러시아 육상 위상 추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파요, 쉴래요… 차 포 뗀 美 농구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대회에 이어 3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미국 농구 대표팀은 영웅들의 불참으로 ‘드림팀’이라는 별명이 무색해졌다. 2015~2016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사상 첫 만장일치로 MVP에 선정됐던 스테판 커리는 지난달 초 구단을 통해 “올 여름 최우선의 목표는 컨디션을 회복해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라며 플레이오프 때 당한 무릎과 발목 부상 치료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속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NBA 챔피언에 올려놓은‘킹’르브론 제임스(32)도 지난달 24일 자신의 에이전트를 통해 올림픽 불참의 뜻을 전했다. 이미 지난 두 차례 올림픽에서 미국에 2개의 금메달을 안긴 그에게도 올 여름은 어느 때보다도 휴식과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시기다. 지난달 29일 옵트-아웃을 선언하며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옵트-아웃이란 계약 기간 동안 일정 조건에 충족한 결과를 얻을 경우 선수가 자격 취득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제임스는 원소속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재계약이 유력한 상태지만 관심사는 몸값이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계약 내용에 따라 제임스가 마이클 조던(53)의 기록을 넘을 가능성이 크며, 사상 최초로 연봉 4,000만 달러를 기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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