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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의 세계경제의 진로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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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의 세계경제의 진로와 과제는

입력
2016.07.0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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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6월 23일 ‘자신들에게 명백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영국 국민들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선택,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브렉시트 이후,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를 제외한 모든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전 세계 주가가 폭락했다. 이번 브렉시트는 단순히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반감으로 EU를 탈퇴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EU체제의 붕괴와 더욱 큰 세계경제의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적지 않다.

브렉시트는 지난 80년대 초반 대처리즘 이후 30년을 넘게 이어져온 서민과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감소와 빈부격차심화 등 영국사회의 양극화에 대한 영국민들의 분노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경제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의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

원인은 양극화 심화와 무책임한 정치도박

브렉시트 사태의 1차적 원인은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영국민들의 거부감이다. 거부감의 배경은 EU회원국의 급증과 그에 따른 이주노동자의 증가다. 영국 내 EU이민자 수는 2004년 149만 명에서 2015년 313만 명으로 급증, 전체 인구의 4.6%나 차지하게 됐다. 저임금의 EU이민자가 급증하면서 영국 내 블루컬러 노동자들과의 일자리 경쟁이 심화되고 이민자에 대한 복지지출이 확대되면서, 영국의 블루컬러 노동자들 및 서민을 중심으로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왔다. 그러나 저임금의 EU이주 노동자들이 경쟁력을 잃어가던 영국의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의 부활에 기여했던 것은 사실이다. 또, 기업가들의 막대한 이윤창출과 고소득층의 자산소득증대도 가능하게 했다. 이를 고려하면, 영국정부의 소득 재분배 및 사회통합정책의 실패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반감을 초래한 주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EU의 과도한 규제가 영국의 주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적 여론도 증가해 왔다. 즉 영국의 자본시장, 노동시장, 그리고 기후 등에 대한 EU의 규제로 영국이 333억 파운드(영국 GDP의 약 1.5%)의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처럼 EU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13년 캐머런 총리는 ‘EU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약속했다. 프랑스와 아일랜드, 덴마크는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했고, 2005년에는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EU헌법조약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했는데, 영국은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국민투표를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2015년 총선에서 당선되기 위한 정략적 목적이 더 큰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

결국 브렉시트는 양극화가 점차 심해가는 영국사회를 통합하려는 정책 노력은 없이, 단순한 정치적 도박으로서 국민투표를 약속했던 영국 집권층의 정책실패가 초래한 산물이다. ?

단기적 불안정성은 증가, 금융위기는 희박

브렉시트는 단기적으로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장에서 현실화됐다. 미래가 불투명한 영국경제에 대한 불안 때문에 파운드화는 브렉시트 직후 7.6%나 폭락했다. 평소 일일 평균 0.35% 정도의 등락폭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브렉시트로 인한 불안이 어느 정도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향후 브렉시트 협상 추이에 따라 등락폭은 바뀌겠지만, 파운드화의 저평가는 계속되고,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와 일본엔화는 계속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개도국 등 신흥시장 통화의 절하를 의미하며, 또한 신흥시장으로부터의 자본이탈 가능성이 ‘매우 불안정’ 수준으로 커질 가능성도 있다.

또 각국 주식가격은 이미 하락했지만, 그 하락의 폭은 지난 2009년 세계금융위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FTSE 100지수가 3.2%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 6월 중순 수준으로 조정된 것에 불과하다. 최근의 브렉시트 사태가 단기간에 기업이윤의 폭락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운드 절하에 따른 영국의 수입물가 급등으로 영국 내 물가가 상승하면서 거시경제안정화에 상당한 교란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세계 주요금융기관들의 자산건전성이 확보돼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2008년 같이 금융기관들이 부실자산에 동시 노출된 상황이 아니기에, 세계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

브렉시트 협상 완료까지 영국 실물경제 위축

단기 충격은 주로 금융시장에서 나타나겠지만, 중기적인 영향은 실물경제에서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즉 다국적 기업들의 영국 내 투자계획은 브렉시트 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모두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영국으로의 외국인 투자는 모두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브렉시트 협상이 지연될 경우, 기존 영국 내 다국적기업의 거점도 다른 EU 국가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자본투자가 급격히 감소하여 실물경제의 생산도 동시에 위축되는 경기위축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동시에 영국 실물경제의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 그리고 미국 등 주요국에서의 확장적 금융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유럽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수준에 도달해있고, 영국도 금리가 이미 최저수준(0.5%)이어서 향후 영국중앙은행이 금리를 0%로 낮추더라도 경기 확장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기적으로는 영국 경기의 위축과 그에 따른 EU 및 세계 경제에의 부정적 영향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EU와 완전 결별 시 영국 경제 큰 타격?

브렉시트 사태의 장기적 영향은 결국 브렉시트 협상의 구체적 형태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다. 현재 예상할 수 있는 브렉시트의 경로는 2가지다.

첫째, 비록 EU는 탈퇴하지만 EU시장으로의 무관세 수출이 가능한 형태의 브렉시트다. 이는 현재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가 속한 유럽경제지역(EEA)형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노동력을 포함한 생산요소의 자유이동을 허용해야 하는 만큼, 이민노동자들에 대한 반감에서 출발한 이번 브렉시트 결정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경로다.

둘째, EU시장에 대한 무관세접근기회가 차단된 EU로부터의 완전결별이다. 이 경우 영국수출의 약 50%에 달하는 대EU수출품에 대하여, 다른 EU역외국들과 같이 관세를 지불해야 한다. 영국의 수출산업에 상당한 부정적 충격이 예상되며, 영국의 경제성장률도 3%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여론을 감안하면, 이민노동자들에 대한 개방적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유럽경제지역(EEA)안은 단기적으로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U로부터의 완전결별을 선택할 경우의 영국경제는 더욱 빠른 속도로 위축될 것이 우려되는 만큼, 향후 영국은 유럽시장에 대한 시장접근기회는 확보하지만, 이민유입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받는 절충적 협상을 시도하면서 상당한 협상의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협상이 지연될 경우 영국 경제는 약 1.5%, 세계경제는 최대 0.5%정도의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호주의 심화 우려에도 통상협력 강화해야

브렉시트는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빈부격차와 계층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 ‘흙수저로 살아가는 헬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유행어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도 위험수위에 가까웠다는 명백한 신호다. 최근의 부실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것도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이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대형정리해고의 정치적 부담 때문이다. 실업자의 재취업교육과 최저생계를 재취업 시까지 보장해주는 작동하는 사회 안전망을 갖추는 정책노력은 구조조정과 사회통합을 한꺼번에 가능하게 해주는 열쇠이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빈부격차 심화와 함께 극우정치세력들이 급증하면서 보호주의가 심화되는 것을 막고, 자유무역체제를 지키는 통상협력 등 국제협력체제를 강화하는 노력을 우리나라가 선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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