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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너도 한 번 느껴 봐, 세금

입력
2016.07.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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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다. 필자는 지금 덴마크 오르후스 시에서 이 글을 쓴다. 인구 30만의 작은 도시인데 이곳에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세 번 충격 받았다. 처음에는 물가가 너무 높아서였다. 가로로 누우면 잘 수 없고 세로로 누워야만 잘 수 있는 호텔 방이 하룻밤 670크론(약 10만원ㆍ이하 원화)이다. 식사 한 끼는 대체로 1만5,000원인데 3,000원 정도하는 물값은 별도다. 사우나가 딸린 공중 수영장에 들어갔다가 수건과 수영복을 빌리느라 총 3만원을 쓰고 목욕을 했다. 자전거는 이상하리만치 비싼데 쓸만한 자전거는 150만원 정도 한다. 물론 그 이하 되는 것도 있으나 안장은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이곳에선 모든 게 비싸다. 오르후스 시는 친절하게도 “오르후스 관광지 따라 걷기”에 대한 안내 책자를 배포하고 있었는데 “걷기는 공짜”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두번 째 충격은 세금이다. 수입의 50%가 세금이고 부가세가 25%나 붙는다. 호텔이든 식당이든 직원들은 대체로 불친절하다. 필자는 곳곳에서 더럽고 치사함을 느끼면서 하루빨리 이 나라를 뜨기만을 바라며 어슬렁어슬렁 부두로 걸어갔다. 도서관이 나온다. 들어가 봤다. 충격이다. 시설이 너무나 훌륭하다. 인테리어는 7성급 호텔 수준이다. 300명이 들어가는 강의실과 중소 단위의 세미나실, 모임 공간, 쉬어가는 곳, 놀이터 등이 설치되어 있다. 30만종의 자료가 갖추어져 있고 매달 100여 개의 이벤트가 열려 매년 1,300만명이 이용한다. 완전 개가식이며 나 같은 외국인도 아무 제지를 받지 않고 대부분 시설에 접근할 수 있다.

대지면적 1만㎡에 연면적 2,800㎡인 이곳은 시에서 2,500억원을 들여 지었다. 최고급인 자재가 질로 봐서 건축비는 한 푼도 떼어먹지 않은 게 분명하다. 남녀노소가 와서 쉬고 토론하고 공부하고 놀았다. “시설이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가”라는 내 질문에 이곳의 사서 다니엘 스반홀름씨는 “전혀 화려하지 않다. 오르후스 시민에게 지적인 발전을 제공하는 공간이기에 도서관은 그 어떤 시설보다 더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반홀름 씨 말마따나 도서관은 특급호텔보다, 의사당보다, 시청보다 더 훌륭해야 한다. 이 사람들이 세금을 거둬서 이렇게 쓴다. 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헤 보르헤스는 “천국은 도서관 같을 것이다”라는 추정을 했다. 보르헤스의 말이 맞는다면 오르후스 시는 지상에 천국을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가 20년 살았던 서울의 한 구 역시 인구가 30만명이었다. 구에서 제일 큰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었는데 오르후스 도서관에 비하면 쪽방 수준이었다. 부끄럽고 화나고 욕이 나온다.

덴마크에서는 무거운 세금을 부담하는 대신 교육과 의료가 무료다. 누구든 대학까지 돈 한 푼 내지 않고 배울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보딜(60) 씨는 세금이 너무 많지 않으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 세금 덕분에 우리가 아플 때 언제든 부담 없이 병원에 갈 수 있고 두 아이가 대학까지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빚지면서 공부한다. 대학원까지 나오면 5,000만~1억원의 융자를 떠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공부를 내 돈 들여서 했기에 사회에서 그 이상을 빼내려 한다. 세금으로 배운 이들은 세금을 내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문제는 세금을 투명하게 쓰는 것이다. 오르후스 도서관에 와 보면, ‘내 세금이 이렇게 아름답게 쓰이고 있구나’하고 감탄하게 된다. 국민 누구도 고성능 미사일이나 강둑을 보고 감동하지 않는다. 캐나다에 있다는 이름도 별난 회사에 투자했다고 해서 공감하지 않는다. 한 나라의 힘은 도서관에서 나온다. 우리 어머니 김성자 여사는 없는 살림에도 책값은 안 아꼈다. 김 여사 풍으로 말한다. “애먼 데 돈 쓰지 말고 도서관 좀 폼 나게 지어, 이것들아!”

명로진 인디라이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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