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병원비, 펀드 투자금 등 갖은 명목으로 학원 수강생들을 속여 수억원을 가로챈 강사가 구속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013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117차례에 걸쳐 학원 수강생 30명으로부터 5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이모(44)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3년 10월 서울 유명 컴퓨터학원에서 회계 과목 강사로 일하기 시작한 뒤 해외원정 도박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수강생들을 속여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이씨의 말에 사정을 딱하게 여긴 수강생들은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6,500만원까지 건넸다. 또 “펀드에 대신 투자해 주겠다”며 20~30대 수강생들의 환심을 사 돈을 빌렸다.
이씨는 홍콩이나 마카오 등을 들락거리며 가로챈 돈을 도박으로 탕진했다. 그는 수강생들에게 빌린 돈을 돌려막기로 갚기 위해 더 많은 수강생들을 속였다.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져 수강생 이모(32ㆍ여)씨에게는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며 접근해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해외 도피를 고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국내에서 돈벌이가 안돼 해외로 떠나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에 경찰은 즉각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지난달 27일 인천 소재 한 찜질방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5억원을 전부 도박으로 날려 남은 돈이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에게 사기 전과가 있었음에도 수강생들은 강사라는 신분을 믿고 돈을 빌려줬다가 피해를 입었다”면서 “학원들이 강사의 자격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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