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심재걸] 원더걸스가 돌아왔다. 지난해 밴드로 갈아탔던 노선을 그대로 이어갔다. 1년의 공백은 원더걸스를 더 진화시켰다. 건반의 힘에 다소 의존했던 첫 도전과 달리 100% 리얼 사운드로 채웠다. '무늬만 밴드?'라는 시선을 말끔히 씻겠다는 각오다. 또 새 싱글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에 담긴 3곡은 모두 멤버들의 자작곡이다.
어느덧 데뷔 10년차, 원더걸스는 아이돌의 한계를 넘어 독보적인 색깔의 뮤지션으로 거듭나고 있다. 발매를 앞두고 만난 원더걸스는 표정에서부터 그러한 야심이 잔뜩 묻어났다.
-1년 만이다.
유빈="처음으로 타이틀곡을 우리끼리 만들어서 나왔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발매일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또 처음으로 10년 만에 타이틀곡에서 노래를 해 감회가 남다르다."
-타이틀곡은 레게팝이다.
선미="조금 생소할 수도 있다. 사실 한국인의 피에 레게가 흐른다(웃음). 1990년대 가장 히트한 김건모의 '핑계'도 레게 아닌가. 걸그룹의 레게는 생소하겠지만 받아들이기 쉽게 풀어갔다."
-이번에도 밴드 색깔을 강조했다.
예은="지난해에는 댄스 음악이라서 디스코 밴드 느낌이 강했다. 전자음에 안무를 곁들였다. 올해는 리얼 밴드다. 하지만 안무를 원하는 팬들이 많아서 안무 버전을 아예 따로 만들었다. 두가지 색을 다 만족시키려고 했다. 첫째주는 라이브 밴드 형태로, 둘째주에는 퍼포먼스 중심으로 기획했다."
-공백이 짧지 않았다.
예은="정말 오랜 시간 준비했고 연주도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다. 할 수 있는 양만큼 채우자는 생각이어서 일부러 세 곡으로 추렸다. 이것도 사실 봄에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준비하다 보니 늦어졌다. 작업한 곡은 10곡이 넘는다."
-정말 이를 악물고 준비한 모양이다.
선미="이번 앨범은 처음부터 우리가 연주할 수 있고 직접 녹음할 수 있는 곡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연습, 녹음 모두 죽는줄 알았다."
-사실 밴드 변신을 단순히 컨셉트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예은="춤을 같이 추면서 거부감이 생긴 것 같다.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 밴드에 대한 기대, 둘 다 충족 못시켰다. 양쪽 고민을 다 할 수 밖에 없어서 힘들었다. 두 가지 버전을 따로 준비하면서 부담감이 컸다.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한 것 같다."
-결과물에 만족하나.
선미="타이틀도 우리 곡이고 다같이 녹음을 직접하니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우리만의 소리가 스피커로 나오니 정말 신기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서 100%만족할 수 없지만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뿌듯한 마음이 컸다."
-밴드 대신 주전공인 퍼포먼스로 돌아왔으면 하는 기대도 많다.
예은="1년 넘게 준비해왔고 그러다 보니 쉽게 놓지 못하게 됐다. 악기 합주도 익숙해지고 이제는 삶의 일부분이 됐다. 다시 댄스 중심으로 가자는 말은 정말 진지하게 나눈 적이 없다."
혜림="솔직히 이번에 준비한 밴드 버전보다 댄스 버전이 더 걱정이다. 그만큼 악기가 편해졌다."
-타이틀곡이 박진영 손을 떠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은="우리보다 박진영 프로듀서가 기분이 묘하다고 하더라. 우리는 신나는 첫 경험이었다."
선미="저번 앨범 활동을 마칠 무렵 박진영 프로듀서에게 문자가 왔다. '너희가 이제 더 오래갈 수 있는 단계이고 이제 원더걸스 타이틀곡을 쓰지 않겠다'고. 그 때부터 팀을 짜서 곡 작업에 들어갔다. 아직 물가에 애들을 내놓은 느낌일 것이다."
-어느덧 10년차다.
예은="트와이스를 볼 때 실감난다. 새로운 시대의 걸그룹이 나온 것 아닌가. 핑클, SES 선배들이 우리를 볼 때와 같은 입장이다. 신기하고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싶다. 그 때 우리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풀어갔는지 조언을 많이 해준다.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꼽자면.
유빈="서로 약속하지 않았지만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원더걸스 안에서 같이 할 수 있는 음악이 있어서 가능했다."
예은="선예와 소희도 원더걸스 활동을 계속 응원해준다. 서로 정말 아껴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모인 이유는 음악이지만 그 안에서 배려가 무척 중요한 것 같다."
-밴드 변신도 어쩌면 긴 수명에 도움을 줬다고 볼 수 있겠다.
예은="그렇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밴드를 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모습이 많아졌다. 밴드, 춤 모두 하나의 원더걸스다. 옵션이 추가 되고 한단계 레벨이 상승한 느낌이다."
-가장 강렬하게 남은 기억을 하나씩 꼽자면.
유빈="정말 많지만 지난해 앨범에 랩메이킹에 전곡 참여해서 무척 뿌듯했다."
예은="미국 투어 중 마이크가 안 나와서 갑자기 안 되는 영어로 애드립을 했을 때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선미="멤버들이랑 미국 투어 버스 안에서 비빔면을 먹었을 때다. 찬물이 안 나와서 뜨거운 비빔면을 먹은 기억이다.(웃음)"
-다시 기회가 오면 미국에 가겠나.
예은="언어가 참 힘들었는데 이제 다들 영어도 되고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그 때보다 한류가 더 커지지 않았나."
유빈="예전에는 언어가 힘든 것도 있었지만 완벽해야 된다는 강박이 심했다. 이제는 완벽하지 않아도 소통이 되고 오히려 더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JYP엔터테인먼트에서만 10년이다. 아티스트 범위를 넘어서 꿈꾸는 일은 없나.
유빈="아직 젊어서….(웃음) 가족같은 분들이라서 구체적으로 나온 말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다."
예은="박진영 프로듀서나 대표 등 '우리랑 가야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 특히 선미가 신인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
-성적은 상관없다고 했지만 내심 신경이 많이 쓰이지 않나.
혜림="1년 만이니 1위? 그랬으면 좋겠는데 좋은 그룹들이 많아서 마음을 내려놓고 있다."
선미="1위가 뭘까요.(웃음)"
예은="JYP의 상승세가 있어서 좋다. 'JYP 망했어' 분위기에선 모두 침체될 수 있는데 'JYP 돌아왔다'의 느낌이 많아 기류를 타고 싶다. 우리가 그 정점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