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관제ㆍ주차 공유ㆍ응급 알림 등
연말까지 20개 신규 서비스 출시
LGU+는 IoT 사업부 CEO 직속으로
가정용 상품 연내 50여종 확대
지하 통신구 등과 연결되는 길거리 구멍인 ‘맨홀’은 전국에 150여만개나 된다. 통상 검침원들은 일정 기간마다 맨홀 뚜껑을 열고 아래로 내려가 수도나 가스계량기 등을 확인한 뒤 검침 결과를 보고한다. 만약 사물끼리 인터넷으로 연결돼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맨홀에 적용된다면 사람이 일일이 맨홀을 찾지 않아도 원격 검침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아이디어는 현실성이 없었다. 맨홀에 IoT 기능을 구현하려면 통신이 가능한 부품(모듈)을 붙여야 하는데, 이 모듈의 가격이 비싼 데다 맨홀에 적합하게 가공하는 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 투자 대비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전력 장거리 통신 기술’이 도입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기술은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데이터 양이 적고 속도가 느린 대신 저전력ㆍ저비용ㆍ긴 도달 거리의 특성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동영상을 볼 때처럼 대용량 데이터가 아닌 소량의 단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목적이어서 ‘소물(小物)인터넷’으로도 통한다. 이 기술이 맨홀에 적용될 경우 기존 대비 최대 10%의 비용만으로도 원격 검침을 할 수 있다.
전국에 300여만개가 깔린 가로등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단순히 가로등을 켜고 끄는 것뿐 아니라 주변 상황에 따라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4일 이러한 저전력 장거리 통신기술 기반의 IoT 전용망 ‘로라 네트워크’를 전국에 구축하고 IoT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전국망 구축 계획을 발표한 지 3개월 만이다. 지금까지 SK텔레콤은 기존 이동통신용 LTE망의 일부를 활용한 IoT 전용망(LTE-M)을 운영해 왔는데, 여기에 로라 네트워크까지 갖춰 세계 최초로 두 개의 전용망을 함께 제공하는 업체가 됐다. 이를 활용해 2017년 말까지 IoT 전용망에 400만개 이상의 기기가 연결되도록 한다는 게 SK텔레콤의 목표다.
다양한 IoT 서비스와 상품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이달 가스 원격 검침(AMI) 사업을 시작으로 초ㆍ중학생들이 위급 상황에 처했을 때 알려주는 착용형(웨어러블) 기기인 ‘세이프 워치’ 사업, 도로의 맨홀 관제 사업, 실시간 주차 공간 공유 사업 등 연말까지 총 20개의 신규 서비스가 출시된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월 기본료 350~2,000원(부가세 별도)의 ‘로라 IoT 요금제’를 내놨다. 매 시간 한 번씩 정보를 제공하는 가스 검침기는 1회당 평균 64바이트의 데이터를 사용하므로 한 달 350원을 내는 최저 요금제를 이용하면 된다.
전 세계 IoT 시장은 지난해 약 80조원에서 2020년 344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IoT로 연결된 기기 수도 지난해 50억개에서 2020년 약 268억개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IoT 시장을 차지하려는 국내 통신업체들의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가정용 IoT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현재 온도 조절기, 문 열림 감지 등 28종인 가정용 IoT 상품을 연내 50여 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비스 상용화 1년만에 34만가구를 넘어선 가입자 수도 연말까지 50만 가구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지난 1일 ‘IoT서비스 부문’을 ‘IoT사업 부문’으로 명칭을 바꾸고, 기존 신사업 추진 부서에서 최고경영자(CEO) 직속 부서로 옮기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사업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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