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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합병하지 말라는 건지…”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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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합병하지 말라는 건지…” 진퇴양난

입력
2016.07.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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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합산 점유율 60% 이상

방송 권역 매각 조건일 땐

CJ 가입자 300만여명 포기해야

중단하자니 수천억 배상금에

기업이미지ㆍ직원 사기 추락

업계선 “결국 소비자 피해” 우려도

KTㆍLGU+, 승인 자체엔 경계

CJ헬로비전을 인수ㆍ합병(M&A)하려던 SK텔레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M&A 경쟁 제한성을 검토했던 공정거래위원회가 7개월여만에 ‘조건부 승인’이란 심사보고서를 내 놨지만 걸린 조건이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수천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4일 통신ㆍ방송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SK텔레콤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M&A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지역별 유료 가입자 합산 점유율이 50~60% 선을 넘는 방송 권역은 다른 사업자에 매각하는 시정 조치를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심사보고서의 내용을 말할 수 없다”면서도 “만약 점유율 60% 이상 방송 권역을 매각해야 한다면 M&A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CJ 헬로비전의 23개 방송 권역 중 SK브로드밴드와 합산 시 점유율 60%가 넘는 곳은 15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CJ헬로비전 가입자 416여만명 중 300여만명, 4분의3을 포기하라는 것이어서 SK텔레콤 입장에서는 M&A를 할 이유가 사라진다. SK브로드밴드 가입자는 336만여명이다.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주식 취득 및 합병 인가를 공정위에 신청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 국내 미디어ㆍ통신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업체들은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1위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 1위인 CJ헬로비전을 M&A하면 독과점 폐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 논란이 이어졌다.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SK텔레콤은 M&A를 중단하기도 어렵다. 총력을 기울여 진행해온 사업이 좌초되면서 기업 이미지와 직원 사기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 CJ헬로비전과 맺은 계약에 따라 수천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CJ헬로비전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시 매물로 나와도 인수하려는 기업이 있을지, 과연 제 값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CJ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3주 안에 의견을 내야 한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의견을 수렴, 이달 20일 예정된 전원위원회에서 최종 보고서를 결정, 이르면 이달 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넘길 예정이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실제 M&A 인허가권을 행사하게 된다. 먼저 방통위가 케이블 방송 합병안을 검토해 사전 동의하면 미래부가 방송ㆍ통신의 세부 사안을 살펴 인허가 결정을 마무리한다. 방통위는 M&A가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저해하지 않을지를 따져보고, 미래부는 산업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지를 점검한다.

두 기관의 인허가 절차는 7개월이 걸린 공정위 심사처럼 수 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공정위처럼 심사 기한이 통신과 방송별로 60~120일씩 정해져 있지만 사유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자료 보완에 들어가는 기간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날 “심사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공식 입장이 없다”면서도 조건부 승인 자체에 대해 경계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산업 생태계를 파괴할 정도로 이번 M&A는 문제가 많아 조건부라도 승인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케이블업계는 M&A 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난 3월 기준 케이블TV 가입자는 1,443만8,526명으로 지난해 3월(1,459만4,309명)보다 15만여명이나 줄었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3.7% 줄어든 2조2,590억원이었다. 케이블TV업계는 가입자 정체로 인한 위기 돌파구를 M&A에서 찾고 있었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과연 누가 케이블TV 업체를 M&A하려 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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