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잘못된 폭로를 계기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폐지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4일 “초선 의원의 실수”라며 면책특권 폐지는 권력 견제를 제약할 것이므로 불가하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 일각에서는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어서 이제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국회 법사위에서 대법원 양형위원회 민간위원인 MBC 고위간부를 엄밀한 확인 없이 성추행범으로 몰고 간 조 의원 발언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조 의원은 동명이인임을 파악하지 못한 실수 때문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조 의원이 수사를 밥 먹듯이 한 검사 출신이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까지 지내 누구보다 사실관계의 중요성이나 그 오류가 미칠 파장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단순 실수라기보다는 무리한 정치공세 의욕이 부른 실수이기 십상이다.
19대 국회 당시 대선 개표조작 의혹을 본회의 대정부질의에서 밝힌 강동원 의원이나 MB정부 당시 대통령 부인을 대우해양조선 사장 연임 로비의 몸통으로 지목한 강기정 의원 등의 발언은 정치공세 의도나 ‘한건주의’에 기운 사례로서, 면책특권을 ‘완장’으로 여기는 의식의 발로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숱한 오ㆍ남용 사례에도 불구하고, 면책특권 폐지 주장은 형식과 내용 양면으로 적잖은 문제가 있다. 당장 헌법적 권리여서 개헌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면 하나마나 한 소리다. 또한 헌법에 손을 댈 경우 정부 등의 끊임없는 제소로 국회의 정부 견제 기능이 본질적으로 침해될 것이란 점에서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제도 변경이다. 한편으로 폭로를 부추기는 청와대와 정부의 비밀주의나 행정 불투명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도 고려해 마땅하다. 독일이나 스웨덴 등 일부 선진국은 폐지 또는 제한하고 있지만 다수 선진국이 면책특권을 두고 있는 것은 그런 분명한 필요성과 제도적 원리 때문이다.
대신에 국회로서는 면책특권 악용을 막을 견제장치를 점검할 필요는 있다. 국회법 146조와 155조는 본회의와 상임위에서 타인에 대한 모욕과 사생활 관련 발언을 하지 못하게 했고, 이를 어길 경우 윤리위 심사와 의결로 징계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는 거의 작동되지 않는 제도지만 국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법을 보다 엄격히 손질할 수 있다. 의원 개개인의 품격과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함도 물론이다. 아울러 과도한 면책특권 논란이 그 동안의 의원 특권 내려놓기 논의를 희석시켜 조속한 제도화를 가로막을 가능성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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