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가 개봉한 후 서울 청계천 일대 열대어 상가는 ‘니모’(열대어 클라운 피시)를 새 가족으로 맞이하려는 어린이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도리를 찾아서’가 개봉하는 이번 여름에도 13년 전과 비슷한 풍경이 재현되지 않을까 싶다. 누구라도 수다쟁이 파란 물고기 도리와 금세 친구가 될 테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니모 때문에 열대어 개체수가 줄었다는 연구 보고서를 떠올리게 돼 괜한 걱정도 살짝 스친다.
‘니모를 찾아서’를 본 관객이라면 모태 건망증으로 소동을 일으키던 도리(목소리 연기 엘런 드제너러스)를 잊지 못할 테다. 13년 만에 선보이는 속편 ‘도리를 찾아서’는 도리가 흐릿한 기억 속에서 가족의 존재를 어렴풋이 깨달으면서 시작된다. 엄마 아빠가 어디선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 확신한 도리는 절친한 친구 니모(헤이든 롤렌스), 그의 아빠 말린(앨버트 브룩스)과 함께 머나먼 바다 건너편 고향을 향해 모험을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도리 일행이 도착한 곳은 캘리포니아 해안에 위치한 바다 생물 연구소. 뜻밖의 사건으로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가 된 도리는 연구소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부모를 찾기 시작한다. 수족관에서 만난 문어 행크(에드 오닐)가 도리를 유리병에 담아 물 밖 이동을 돕는데, 장소마다 보호색을 바꾸는 행크의 기가 막힌 위장술이 도리의 모험을 한층 흥미롭게 만든다.
도리의 심각한 건망증은 위태로운 소동을 일으키지만, 슬프고 괴로운 일도 돌아서면 금세 잊어버리는 덕분에 도리는 언제나 명랑하고 쾌활하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도리는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눈앞의 위기를 용감하게 헤쳐 나간다. 부모를 찾는 도리의 모험은 진짜 자신을 발견하는 자아 찾기의 여정이다.
도리가 건망증을 타고 났듯 도리의 새 친구들도 저마다 하나씩 결점을 갖고 있다. 매사 무뚝뚝하고 불평불만이 많은 행크는 다리가 7개밖에 없고, 고래상어 데스티니는 시력이 나빠 헤엄치다가 벽에 부딪히기 일쑤다. 소심한 벨루가 고래 베일리는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의 음파탐지 능력이 망가졌다고 믿는다. 새 친구들은 도리를 돕기 위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용기를 얻고 잠재된 능력을 깨닫게 된다. 케이퍼 무비(‘도둑들’ 같은 집단 범죄 영화)처럼 호흡이 척척 맞는 매력만점 친구들의 활약상에 입가에서 웃음이 떠날 새가 없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흘러나오는 클래식 팝송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는 도리와 친구들의 자아 찾기 여정의 행복한 마무리를 대변하며 방점을 찍는다.
‘도리를 찾아서’는 극장 안을 너르고 깊고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듯한 환상으로 가득 채운다. 물결따라 춤을 추는 해초와 그 사이를 평화롭게 유영하는 물고기떼,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빛, 색색의 산호초, 수심에 따른 무게감까지 느껴지는 물색 등 풍성한 볼거리에 눈이 황홀해진다. 13년 사이 급성장한 기술력을 공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영화 시작 전에 픽사의 인장과도 같은 단편 애니메이션 4편이 소개되는데 이야기의 놀라운 상상력이 소장 욕구를 부른다. 엔딩 크레딧이 다 끝난 후에 신스틸러 역할을 했던 바다 친구들의 에필로그도 깜짝 공개되니 절대 놓치지 말자. 전체관람가, 6일 개봉.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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