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오너 일가 가운데 처음으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다. 신 총괄회장의 첫 번째 부인인 고 노순화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경영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여성이다. 1973년 대학 졸업 후 호텔롯데에 입사한 신 이사장은 83년엔 롯데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롯데백화점 영업담당 상무와 롯데쇼핑 총괄부사장ㆍ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았다. 특히 신세계 등 경쟁사 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출발했음에도 백화점 부문에 뛰어든 후 남다른 수완으로 롯데백화점 사업을 국내 1위로 올려 놓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의 ‘대모’로 불리는 이유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회사 경영에 관해선 강하게 밀어 붙이는 저돌적인 측면도 갖춘 경영자란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이처럼 사업에선 성공한 인물로 주목 받은 신 이사장이지만 개인사에선 굴곡도 많았다. 어린 시절부터 일반적인 가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40년 신 총괄회장이 임신한 부인을 한국에 남겨둔 채 사업 차 일본으로 떠난 탓에 60년 모친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아버지 없이 자랐다. 결혼 생활 또한 순탄치 않았다. 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했지만 슬하에 1남 3녀를 두고 이혼했다.
신 이사장은 2012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각종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신 이사장이 최대주주인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가 롯데그룹 계열 멀티플렉스인 롯데시네마 내에서 매점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로 도마에 올랐다. 시네마통상의 경우 신 이사장이 2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 이사장의 세 딸이 최대 주주로 돼 있다. 시네마푸드 또한 신 이 사장과 자녀들이 최대 주주다. 논란이 지속되면서 2013년 롯데시네마와의 사업을 정리 당한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지난 1월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최근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연루된 업체 또한 신 이사장의 아들인 장모씨가 소유한 회사다.
한편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롯데제과(2.52%) 롯데칠성(2.66%) 롯데푸드(1.09%) 롯데건설(0.14%) 롯데쇼핑(0.74%) 코리아세븐(2.47%) 롯데정보통신(3.51%) 롯데카드(0.17%) 롯데알미늄(0.12%) 대홍기획(6.24%)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현재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대홍기획, 롯데건설, 롯데리아, 부산롯데호텔, 롯데자이언츠 등의 등기임원이다. 지난해부터 벌어진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에선 신 회장과 함께 공식 행사장에 등장한 경우가 많았다. 신 회장과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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