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현대카드 LP매장’ 논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입력
2016.07.04 14:17
0 0

골목상권 죽이기? VS 음반산업 활성화?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바이닐&플라스틱' 매장 앞에서 현대카드의 LP매장 운영에 반대하는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Seterecords 제공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바이닐&플라스틱' 매장 앞에서 현대카드의 LP매장 운영에 반대하는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Seterecords 제공

“이런 소규모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대기업이 할 일입니까?”

3일 오후 2시쯤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이하 연합회) 회원 30여명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LP 매장 ‘바이닐&플라스틱(Vinyl&Plastic)’ 앞에 모여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현대카드가 운영하는‘바이닐&플라스틱’은 지난달 10일 문을 연 음반전문 매장으로, LP음반 4,000여종과 CD 8,000여종을 갖추고 있다. 방문객들은 턴테이블을 이용해 직접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LP 소매점주들은 지난달 24일부터 매장 앞에서 현대카드의 매장운영이 ‘영세상인 죽이기’라며 현대카드가 매장 운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회가 반발하는 이유는 대기업인 현대카드가 음반소매업에 진출하면 자본력이 약한 영세 판매자들의 매출이 줄어들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홍익대 인근에서 LP매장을 운영하는 유모(32)씨는 “이전에는 하루에 5명 정도의 손님이 꾸준히 찾아왔지만 현대카드의 매장이 문을 열고 난 20일간 매장을 찾은 사람이 10여 명 뿐”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또한 현대카드가 매장을 운영하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음반만 소개해 문화적 다양성도 점점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지윤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장은 “현대카드가 정말 문화적 기여를 하고 싶다면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대신 뮤지션들의 음반 발매를 돕는 등 시장이 자생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측은 ‘바이닐&플라스틱’ 매장이 LP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기존의 LP 소매점들은 음악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마니아층을 대상으로만 운영돼 접근성이 떨어졌지만, 한남동 한가운데에 매장을 운영하면 LP에 대해 잘 모르던 젊은층들도 쉽게 접할 수 있어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미 LP 시장이 쇠퇴하는 상황에서 ‘바이닐&플라스틱’이 문을 연 것은 문화마케팅을 하기 위해서일 뿐 시장을 독점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에서 LP 듣는 사람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에서 LP 듣는 사람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현대카드는 연합회 측의 항의가 계속되자 지난달 30일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소매점들이 주로 다루는 중고 LP 판매를 7월 1일부터 중단하고, 현대카드 고객이 음반을 살 경우 20%의 할인혜택을 제공해왔지만 19일부터 10%로 줄인다는 내용이다. 전국 음반 소매점 소개 지도를 제작하고 인디/유명뮤지션들의 LP제작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CD와 디지털 음원에 밀려나 ‘추억의 물건’이 되었던 LP는 2010년 이후부터 대중문화 복고열풍과 디제잉의 유행을 타고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다. 아이돌 가수들도 새 음반을 발매하며 소장용 LP를 제작하기도 한다. 현대카드에 앞서 LP를 판매해온 교보문고에 따르면 2015년 LP 판매량은 2년 전에 비해 14% 증가했다. 음반판매점 사장 박모(43)씨는 “현대카드가 LP음반을 감상할 수 있는 ‘뮤직라이브러리’를 운영하는 것을 넘어 직접 음반매장까지 만든 것은 최근들어 LP의 인기가 높아진걸 실감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마니아층 위주로 운영돼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한 LP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대중적으로 상품 정보를 알리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현대카드가 소매점들과 상생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역할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낡아도 불편해도 좋아" LPㆍ카세트에 빠진 청춘들

음악팬들이 서울레코드페어에서 LP를 고르다. 서울레코드페어 제공
음악팬들이 서울레코드페어에서 LP를 고르다. 서울레코드페어 제공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