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상품 잘못 설계” 지적도
정부가 중산층과 서민의 재산 증식을 돕겠다는 취지로 올해 출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은행 가입자 가운데, 비과세 혜택이 높은 서민형 ISA 가입자는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분의 2에 달하는 중산층 이상에 더 많은 세금 혜택이 가고 있다는 의미여서 애초 상품 설계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4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ISA 가입자(159만1,944명) 가운데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서민형 ISA 가입자는 약 26%(41만6,028명)에 그쳤다. 여기에 가입시 소득 기준은 따로 없지만 상대적 저소득층으로 추정되는 청년과 농ㆍ어민 등 범서민형 가입자(52만2,573명)를 합쳐도 ISA 가입자 중 서민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50%)의 서민형 가입자 비율이 가장 높고 신한(29%), KB국민(23%), KEB하나(17%), NH농협(13%) 은행 등이 뒤를 따랐다.
ISA는 의무가입기간 5년에 투자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지만, 연소득 5,000만원 이하 등 ‘서민’ 조건을 충족하면 3년 투자에 250만원까지 혜택을 늘려준다. 정부는 올해 3월 상품 출시 전 서민층 혜택을 강조하며 투자를 독려했지만 정작 현실에선 불경기로 여유자금이 사라진 서민들의 호응이 저조한 셈이다.
박 의원은 “ISA 비과세 혜택이 고소득층에 쏠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애초 정책 취지를 살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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