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 인정 거부하다 입장 급선회
대선 앞두고 ‘유권자 수입’ 비판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70만명에 이르는 시리아 난민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이로써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이 가장 많이 머물고 있는 터키에서 난민의 주거여건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외의 난관도 만만치 않다.
터키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시리아 난민 약 12만명이 머무르고 있는 남부 킬리스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의 시리아 친구들에게 그들이 원한다면 터키 시민권을 취득할 기회를 주겠다”며 “내무부가 시민권 취득 방법을 곧 발표할 것”이라 말했다.
터키는 그동안 시리아 난민을 ‘손님’이라 칭하며 난민 지위 인정을 거부해왔다. 대부분의 난민은 노동ㆍ교육ㆍ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난민촌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 1월부터는 노동 허가를 발급했지만 5월까지 노동 허가를 얻은 난민은 3,800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터키의 정책 변화는 곤궁을 겪고 있는 난민들의 상황에 큰 전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분석가 무스타파 아크욜은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리아 난민을 터키인으로 받아들이는 데 난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언어가 다른 시리아인들이 터키에 완전히 정착하는 것을 터키인들은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진 3일 SNS 트위터에는 터키 이용자들의 ‘나는 시리아인을 이 나라에 들이고 싶지 않다’는 해시태그가 유행했다.
아크욜은 또 “터키 내 난민이 시리아인만 있는 것도 아니고 조지아인, 아르메니아인과 다른 나라 난민들도 있는데 시리아인만 선별 수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이 차기 집권을 노리고 자신을 지지할 터키 국적 유권자를 ‘수입’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야당 측 비판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했다.
서구 언론 역시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CNN방송은 “유럽은 시리아 난민의 지위 개선을 환영하는 한편으로 터키인이 된 시리아인들의 유럽행에 우려를 표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난민 사이에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 테러리스트가 섞여있을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터키가 유럽연합(EU)과의 난민 송환 협약에서 약속한 대로 유럽으로의 난민 유입을 차단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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