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몰라도 소녀시대는 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구 어디에 있는지 잘 몰라도 슈퍼주니어 멤버들의 생일은 줄줄이 꿰고 있다. 우리는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를 한류 스타로 부른다. 얼마 전 드라마 ‘태양의 후예’ 흥행 대박으로 한국의 스타에서 아시아의 슈퍼스타로 거듭난 송중기는 방문하는 도시마다 구름 같은 팬들로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한류는 단순히 K팝이라고 불리는 한국 가요와 지구 반대편 남미 사람들마저 축구보다 더 열광하게 하는 한국 드라마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 한국 상품 그리고 한국 국기마저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 잡는다.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를 주름잡는 강정호 선수가 맹활약 중인 피츠버그 구장 외야석엔 경기가 있는 날마다 태극기가 펄럭인다. 일종의 애국이다. 한국을 벗어나 일본과 중국 시장을 강타했던 초기 한류 스타들의 도전이 없었다면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일본인들에게는 욘사마 열풍을 일으킨 배용준이 있었다. 신들린 춤으로 일본 열도를 그녀의 춤사위에 빠져들게 한 보아가 있었다. 최지우도 있고 이영애도 있다. 그런데 최근 유명 한류 스타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성추행 의혹 사건이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져야 누구를 탓하더라도 탓할 일이다. 그렇지만 의혹을 받는 과정에서 한류 스타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문제가 발생한 장소는 10대의 우상인 한류 스타의 배경 무대로 어울리지 않는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유사한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더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그를 인생 모델로 꿈을 키워온 전 세계의 팬을 위해서라도 일그러진 영웅은 되지 말아야 한다.
연예인만큼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을 꼽으라면 정치인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기관이 되는 300명 의원 중에서도 스타가 되는 의원과 그렇지 못한 의원이 나뉜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직업 특성상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국민의 관심을 모은다면 큰 정치적 자산이 된다. 똑같은 내용을 국회 단상에서 발표하더라도 스타 의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가는 법이다. 스타 의원이 되는 정치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온갖 국가적, 사회적 문제점들을 끄집어내고 관련된 잘잘못을 집요하게 따져 묻는 행동이다. 국민은 자신의 의견을 대변해 준 집요하고 예리한 질문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한다. 청년들은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주는 국회의원의 ‘거침없는 하이킥’에 대해 후련해 하고 스타 의원들을 인생의 롤 모델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믿어 의심치 않았던 스타 의원의 추한 행적은 충격 그 자체로 다가온다. 스타 의원의 사회악을 향했던 사자후는 고작 거짓 연기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비단 스타 의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보좌진 채용 및 운영과 관련된 의원들의 부도덕성은 국민으로 하여금 치가 떨리게 한다. 주요 당직자의 리베이트 의혹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실망감으로 되돌아왔다. 대중 즉 유권자들의 응원과 신뢰 없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존재하지 못한다.
2012년 한 취업포털이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어떤 직업이 가장 행복한 직업인지’ 물어본 결과, 예술가를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직업으로 응답했다. 그다음 행복한 직업으로 국회의원과 연예인을 꼽았다. 행복할 것으로 생각한 이유에 대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같아서’란 답변이 가장 높았다. 돈을 잘 벌 것 같아서, 여가 시간이 많을 것 같아서, 권위와 사회적 위치가 있어서, 일이 편할 것 같아서란 응답이 뒤따랐다. 자신이 직업에 대해 만족하냐는 질문에는 절반이 훌쩍 넘는 숫자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회의원과 연예인은 수많은 미생이 부러워하는 자리임이 틀림없다. 선망의 대상인 한류 스타와 스타 의원, 스타답게 생각하고 스타답게 행동해야만 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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