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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대우차 최고의 역작 ‘르망’

입력
2016.07.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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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랑스 르망 인근에서 열린 ‘르망 24시’는 최고의 드라마였다. 24시간을 꼬박 달려 승부를 가르는 이 경기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내구 경주로 유명하다.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벌어진 기막힌 역전극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르망 24시 경주 장면을 보다 뜬금없이 생각난 차가 있다. 고속에서 착 가라앉는 맛이 끝내줬던 차로, 시대를 풍미한 대우자동차의 ‘르망’(사진)이다. 얼마 전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고시 공부하러 집을 떠나는 성보라가 탄 차가 바로 르망이다.

르망은 독일 오펠 ‘카데트’의 한국 버전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월드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됐고 대우자동차가 생산했다. 데뷔 당시 광고 문구는 “21세기의 승용차-월드카 르망 탄생”이었다. 다음 세기를 넘보는 대우차의 꿈을 담은 미래형 자동차였던 셈이다.

르망은 ‘맵시나’ 후속으로 1986년 7월부터 생산을 시작, 1997년 2월까지 10년 넘게 명맥을 이어갔다. 대우자동차가 10년 이상 단일모델로 판매한 차는 르망과 ‘로얄 살롱’(80년 9월~91년 9월)뿐이다. 그만큼 르망은 장수모델로 사랑 받았다.

르망은 안팎의 생김새부터 이전의 차와는 달랐다. 직선과 각이 주를 이루던 당시 자동차들과 달리 곡선 차체를 도입해 동글동글한 모습을 선보였다. 국산차 최초의 공기역학적 디자인이었다. 공기저항계수라는 개념조차 희박했던 시절 르망은 공기저항계수 0.32를 자랑했다.

공기역학적 디자인이 가능했던 건 철판을 곡면으로 다듬어내는 가공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자유자재로 철판을 가공해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지만 당시만해도 철판을 구부려 곡면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곡면이라고 해야 보닛과 차체 측면의 완만한 라인을 구성하는 정도였지만 당시로선 경쟁사들의 부러움을 샀다.

또한 르망은 디지털 계기판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속도계는 숫자로, 엔진 분당회전수(rpm)는 그래프로 표시한 색다른 계기판은 특히 젊은이들의 관심을 빨아들였다.

르망은 또 하나의 이름으로 다양한 차체 형식을 구현했다. 3도어 해치백, 5도어 해치백, 4도어 세단, 2인승 밴 등을 망라했다. 컨버터블(지붕이 개폐되는 차)을 빼고 다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모델은 ‘르망 레이서’와 ‘르망 이름셔’다. 1988년에 등장한 르망 레이서는 짧은 차체에 스포티한 이미지를 간직한 3도어 해치백이었다. 1991년 2월에는 튜닝 버전인 르망 이름셔가 출시됐다. 소형차에 파격적인 2.0 엔진을 올리고, 고속 주행을 높이기 위해 ‘에어 스포일러’ 등을 단 차였다.

르망은 10년 8개월 동안 판매 53만6,254대, 수출 51만6,099대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르망 이후 대우의 소형차들은 점차 시들어갔다. ‘씨에로’나 ‘라노스’는 르망의 명성을 잇지 못했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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