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피한 흑석동ㆍ하남 미사
투자자들 ‘막차 수요’ 구름 인파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면적 41.98㎡의 시세는 최근 2주 사이 2,000만원 하락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9억7,000만원 안팎에 호가가 형성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9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개포 주공 1단지는 지난 3월 인근 주공2단지(래미안 블래스티지)의 분양 성공 이후 모든 평형이 1억~2억원 가량 올랐다”며 “그러나 최근 정부의 규제가 줄줄이 이어지자 매수 문의가 끊기면서 상승세가 꺾였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분양권 불법거래 단속, 중도금대출 보증 강화 등 연이어 규제의 칼을 꺼내 들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한 주에 수천만원씩 급등하던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규제 발표 이후 일제히 상승세를 멈췄다. 특히 금융당국마저 시중은행의 강남 재건축 대출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기로 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면서 당분간 이런 냉각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0.36% 오르며 상승폭이 전주(0.52%)에 비해 감소했다.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도 0.16%로 전주(0.30%)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연구원은 “정부의 집단대출(중도금 대출) 규제 조치 등으로 매수자들이 일단 지켜보자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대상을 9억원 이하 주택으로 한정키로 했다. 또한 보증건수 및 한도를 각각 1인당 2건, 최대 6억원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분양가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신규 분양 받는 계약자는 분양가의 60%에 달하는 중도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강남 재건축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중순 국토교통부가 청약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권 불법거래 실태 점검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개포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들 대부분이 ‘임시 휴업’ 상태다. 중도금 대출보증 규제가 발표된 이후에는 매수 문의조차 끊겼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달 중순까지는 하루 3~4건씩 거래가 이뤄졌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1~2건도 성사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지난 주부터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현황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서면서 분위기는 더 냉각되는 모습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과 관련한 대출잔액 변화 등 지표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할 방침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강남 재건축 단지에 대한 집단대출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취급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중도금 대출 규제를 피한 단지에는 투자자들의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 대림산업이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7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하는 ‘아크로 리버하임’ 견본주택에는 지난 1일 개관 이후 사흘간 3만8,000여명의 구름 인파가 몰렸다. 신안종합건설이 경기 하남 미사강변지구에 짓는 ‘하남 미사 신안인스빌’ 견본주택에도 같은 기간 4만5,0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