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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주차 관광버스는 여전히 공회전 중

입력
2016.07.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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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조례시행 1년됐지만…

기사들 “이동시간 줄이려 불가피”

엔진 안 끈채 대기 오염 주범으로

관광객들 한여름 마스크 착용

단속제외 경찰버스도 종일 시동

“공회전 제한 대책 손봐야”

시내주행 관광버스 하루 1000대

수용 가능 주차시설은 절반 불과

市 “단속 인원 2명뿐… 엄두 못내”

면세점 신축 땐 제반시설 갖추게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중구 창덕궁에 도착한 일본인관광객 S(28ㆍ여)씨는 주차를 한 뒤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연신 기침을 해댔다. S씨가 탄 차 앞에 줄 지어 늘어선 관광버스 7대가 모두 시동을 켠 채로 매연을 내뿜고 있었던 것. 그가 차를 댄 후 관광에 나서기까지 10여분 동안 시동을 끈 버스는 단 두 대뿐이었다. S씨는 3일 “일본에서는 도심에서 공회전을 하면 벌금을 15만엔(약 167만원)이나 물어야 해 공회전 차량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한국은 관광지 어디를 가든 버스가 시동을 켜놓고 있어 매번 마스크를 챙겨 쓰게 된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자동차 공회전 제한을 5분에서 2분으로 단축한 서울시 조례가 시행된 지 3일로 1년이 됐지만 공회전 차량은 여전히 줄지 않아 시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위험수위에 다다른데다 오존주의보까지 수시로 발효되면서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동차 공회전 대책을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회전을 유발하는 가장 큰 골칫거리는 관광버스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버스기사들이 이동시간을 단축하려 버스 시동을 켠 채 길가에 주차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탓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올해 3월 21일 하룻동안 서울 중구와 동대문구 등 관광버스 불법주정차지역 10곳의 대기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모두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하루 기준치(40ppb)를 초과했다. S씨가 고궁을 찾았던 지난달 22일에도 광화문사거리의 미세먼지 농도는 한 때 123㎍/㎥(나쁨)까지 치솟았다. 중국인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기사 한모(54)씨는 “관광객을 빠르게 승ㆍ하차 시켜야 하는데다 에어컨을 끄고 기다리면 외국인들이 ‘덥다’고 불만을 표시해 어쩔 수 없이 시동을 켜놔야 한다”고 토로했다.

도심 집회와 질서유지에 대비해 시내 곳곳에 세워진 경찰버스와 기동차량도 주된 대기오염원이다. 관련 조례에 ‘실무활동 중인 긴급자동차는 단속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단순 냉ㆍ난방을 위해 공회전을 하더라도 긴급 상황 대비를 이유로 내세우면 사실상 규제 방법이 없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경찰버스가 하루 대기하는 10시간 동안 대부분 공회전을 한다고 가정하면 엄청난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도로 한 켠을 점령하고 있는 관광버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도로 한 켠을 점령하고 있는 관광버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공회전이 쉽게 근절되지 않는 것은 주차공간 부족과 단속 한계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를 주행하는 대형 관광버스는 하루 평균 1,047대에 달하는데 반해, 수용 가능한 주차시설은 절반을 조금 넘는 638대에 불과하다. 단속도 공회전 차량을 발견할 경우 중지 경고를 하고 그래도 그만두지 않으면 시간을 측정해 제한시간 초과 여부를 확인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담 단속 인력 역시 서울시는 2명, 구청별로도 담당 직원 1명과 사회복무요원 1명이 고작이어서 지속적인 점검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일 단속반이 시내를 돌며 계도활동을 하고 있으나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서울 전역을 관할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제한시간 단축 등 공회전을 억제하는 사후 대책보다는 도시설계를 재정비해 대기오염 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환경친화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령 도심에 면세점, 박물관 등을 새로 지을 때 버스 주차장를 필수적으로 갖추도록 하고 경찰버스 등의 긴급차량에도 매연저감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선제적 감축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공회전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을 개선하지 않는 한 운전자의 양심에 맡기는 현행 방식으로는 대기오염을 줄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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