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4,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성과 부풀리려 적극적 지시 정황
檢, 조사 끝나는 대로 영장 검토
고재호(61ㆍ사진)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재임시절 5조4,000억원대 분식회계(회계사기)를 지시한 혐의로 4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대우조선 전직 고위 임원급의 소환은 김갑중(61ㆍ구속) 전 부사장과 남상태(66ㆍ구속) 전 사장에 이어 세 번째다. 검찰은 고 전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4일 오전 9시30분 고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3일 밝혔다. 남 전 사장(2006년 3월~2012년 3월 재임)의 후임으로 2012년 3월 취임한 그는 지난해 5월까지 대우조선 사장을 지냈다. 이 기간 동안 최고 재무책임자(CFO)였던 김 전 부사장은 이미 지난달 25일 구속됐다.
검찰은 2012~2014년 총 3년간의 사업연도 동안 무려 5조4,000억원대의 분식회계가 벌어지는 과정에 고 전 사장이 깊숙이 관여한 사실을 대부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회계사기는 김 전 부사장은 물론, 그 윗선(고 전 사장)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이에 부합하는 관련자들의 진술은 물론, 구체적인 자료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고 전 사장이 전임인 남 전 사장 때의 부실을 감추겠다는 ‘소극적’ 의도만이 아니라, 본인의 경영성과를 부풀리고자 ‘적극적’으로 회계사기를 지시한 정황도 포착했다. 대우조선은 예정원가를 임의 축소해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과대계상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성과급 배당이나 경영진 평가를 좌우하는 목표실적을 맞추려 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잠정 결론이다. 이러한 회계 조작으로 대우조선이 금융권에서 사기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해 피해를 입힌 액수는 무려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대우조선은 2013~2014년 2,049억원 규모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줬다. 검찰은 이와 관련, 고 전 사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도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남 전 사장 시절에도 수조원대 분식회계가 빚어진 사실을 확인했으며, 정확한 규모 파악을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남 전 사장은 20억원대의 뒷돈 수수 및 회삿돈 횡령 등 개인비리 혐의로 지난달 29일 구속됐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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