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미군의 B-52 전략폭격기가 지난달 중순께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미 태평양 공군은 3일 홈페이지를 통해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두대의 B-52 전략폭격기가 지난달 중순 한반도 인근에서 일본 항공기와 주일미군의 해병대 그리고 주한미군 비행지원단 등과 합동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훈련기간 B-52 폭격기는 호주에서도 합동훈련을 실시했으며, 괌 인근에서도 미 해군과 전술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훈련은 한국군과의 합동 훈련이 아닌 미군 단독 훈련인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B-52가 이번 훈련에서 우리 전력과 합동훈련을 실시한 사실이 없다"며 "주한미군 등 한반도 지역의 미군 전력 간 훈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52는 미군이 한국을 비롯해 우방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전력 중 하나다. 최대 31톤의 폭탄을 실어나를 수 있으며, 항속거리가 1만6000km에 달한다. 6·25전쟁 당시 미군 폭격기 공격에 평양이 초토화됐던 경험 때문에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온 무기로 꼽힌다.
B-52의 한반도 지역으로의 출격한 사실조차도 우리군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관계자는 "미 전략무기의 세세한 동선과 훈련 내용을 우리 군이 모두 파악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통상 B-52 폭격기 등 미군의 전략무기는 1년 단위 스케줄로 움직이며, 훈련 내용이나 일정은 대부분 비공개로 이뤄진다.
미군이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훈련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22일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 6차 발사를 감행해 미사일을 고도 1500km까지 올린 바 있다. 이는 미군 괌기지를 타격권에 넣을 수 있게됐다는 의미로 해석되며, 미국을 긴장시킨 바 있다. 비슷한 시기 이뤄진 B-52의 한반도 지역 출격을 뒤늦게라도 공개해 북한을 압박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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