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 봉산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학교급식 사진이 사회적 공분을 샀다. 사진 속 음식은 우동 한 줌과 꼬치 한 개, 단무지 한 조각, 후식인 듯한 수박 한 조각이 전부였다. “교도소 밥도 이것보다 낫겠다”라는 등 부실급식에 항의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자체 조사한 결과, 급식실 식탁과 배식대, 도마에서 기준치보다 수십 배 많은 세균이 검출됐다. 식단만 부실한 게 아니라 위생관리도 엉망이었던 셈이다.
충암고 급식비리 사건 충격이 불과 몇 개월 전인데, 또 다시 불량급식 문제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전주의 한 고교에서는 점심급식 과정에서 한 학생이 잡곡밥 속에 든 개구리 사체를 발견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강원도의 한 고교생은 교내에 ‘급식 문제점 및 불만사항’이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감자탕에는 뼈가 한 개밖에 없었다. 삼계탕이라는 메뉴에는 닭이 없고…”라는 내용이었다.
올해 상반기 각 시ㆍ도가 교육청 등과 함께 초ㆍ중ㆍ고교 급식시설을 점검한 결과도 불량급식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현상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제조일자가 표시돼 있지 않거나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를 버젓이 사용하는가 하면 환풍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도 있었다. 냉장보관해야 할 식품을 상온에 보관하는 등 식품보관 기준을 지키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현재 초ㆍ중학교는 무상급식을 시행 중이며 고등학교는 급식비를 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략 초등학생은 1인당 3,000원, 중학생은 1인당 4,000원 가량의 급식비가 책정된다. 외부 급식업체에 위탁ㆍ운영하는 기업체 구내식당과 견줘 풍족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푸석푸석한 볶음밥에 멀건 국물, 닭이 없는 삼계탕을 학생들에게 먹일 만큼 적은 금액이라고 보기 어렵다. 식자재 구입 과정의 비리 탓에 책정된 급식비가 중간에서 줄줄 샐 개연성이 커 보인다.
각급 학교는 위생적인 조리를 통해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담긴 균형 잡힌 식단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는 심신을 조화롭게 양육해야 하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와도 통한다. 이런 차원에서 교육당국은 학교급식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다시는 불량급식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불량급식을 1차적으로 걸러내야 할 책임은 학교에 있다. 불량 식자재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학교장에게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식자재를 속여 공급한 업체는 영구 퇴출시키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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