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로 독트린’은 고립주의 정책의 원조다. 제임스 먼로 미국 대통령이 1823년 의회에 제출한 연두교서에서 밝힌 것으로 유럽의 미주 대륙 간섭이나 식민지 건설을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비동맹ㆍ비식민ㆍ불간섭이 골자다. 하지만 고립주의는 양면성을 가졌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도 이용된 것이다. 1904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비(非) 아메리카 국가의 개입을 반대하고, 미국이 이 지역 국가에 대해 경제ㆍ군사적으로 개입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 미국의 고립주의는 1929년 대공황을 계기로 더욱 강화했다. 유럽에 파시스트 정권이 출현하는 등 유럽 정세가 불안정해지자 미국은 교전국에 대한 무기판매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다른 무역은 활발히 지속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미국은 전쟁에 직접 휘말린다. 고립주의 폐기가 불가피했다. 미국은 이후 전승국으로 유럽과 아시아 문제에 잦은 개입을 하면서 반미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베트남전쟁패배를 계기로 팽창주의에 대한 반성이 일면서 신고립주의가 대두됐다.
▦ 하지만 1979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고립주의는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 세계 곳곳으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물결이 확산됐다. 이 흐름은 점차 강화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지고 각국이 금융위기에 휘말리자 다시 주춤한다. 세계화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커졌다.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가 주범이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선택은 신고립주의의 산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의 돌풍도 같은 흐름 속에 있다.
▦ 유럽 통합은 전쟁 방지를 위한 측면이 강하다. 고립주의와 민족주의 강화는 분쟁 가능성을 높인다. 당장은 통화전쟁이다.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저서 <위기는 다시 온다>에서 우려를 표명했다.“양차 대전 사이에 세계경제는 대공황을 겪었고, 각국은 환율을 경쟁적으로 절하하는 동시에 수입장벽을 높였다. 그 결과 세계교역이 위축되고 세계경제가 장기간 침체를 겪었다. 이렇게 침체된 세계경제는 결국 제2차 세계대전에 따른 전비ㆍ재정 팽창으로 겨우 회복의 실마리를 찾았다”. 걱정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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