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무시, 친인척 관계만 따지는 것은 미봉책
별도의 인사위 공채 시스템 등 구조적 해결책 시급
회관에선 때 아닌 ‘성씨 감별’, 불똥 튈까 전전긍긍
국회가 여야 의원들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뒤늦게 근절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20대 국회 들어 여야 공히 공언한 특권 내려놓기의 첫 번째 작품이 될 전망이다.
국회 사무처는 이르면 이달 말까지 친인척 보좌진의 채용을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새로 신설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정식 법률안을 제출하기보다는 보좌진 관리 규정을 담은 국회 규칙을 개정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국회에는 ‘패밀리 채용’에 대한 제한 규정 자체가 전무했다. 이에 사무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준용할 예정이다. 미국은 상하원 의원을 포함해 모든 공직자들의 친인척 보좌관 고용을 원천 금지해놨고, 프랑스와 독일은 채용은 하더라도 급여는 절반만 지급하거나 아예 무보수로 일하도록 돼 있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어디까지를 친인척 범위로 볼 것인지 규정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이다. 통상 법률상으로 친척은 8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로 규정되지만, 최근엔 이를 넘어선 혈연관계도 문제가 된 경우가 많아 명확한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보좌관 채용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인척이란 이유로 보좌진들을 모두 범죄자로 단정 짓는 것은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국회의원에게 보좌진 임면권을 부여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마음대로 보좌진을 임명하고 면직할 수 있는 자의적인 권한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국회사무처도 2014년 발간한 ‘국회의원 보좌관 전문성 제고 방안’ 에서 별도의 인사위원회를 설치해 보좌직원의 자격과 전문성을 검증한 뒤 소속 의원실에 배치하는 공개채용 제도를 제안했다.
한편 친인척 채용 파문이 커지면서 각 의원실에선 의원과 성씨가 같은 보좌관들이 때아닌 홍역을 치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과 보좌관의 성(姓)이 같으면, 다른 의원실이나 기자들로부터 친인척 의심을 받아 질의가 쏟아진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18대 때부터 발의된 친인척 채용 금지 법안을 나 몰라라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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