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보안 강화에 근거지 세력 약해져
방글라데시선 추종 세력이 ‘대리 타격’
韓ㆍ日 등 테러 무풍지대 더 이상 없어
바그다드에선 연쇄 테러 125명 사망
방글라데시에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보이는 잔인한 인질 테러가 발생함에 따라 아시아도 IS의 직접 타격 대상이 됐다. IS는 지난해 파리 테러 이후 서방세계를 집중 타격했으나 유럽 각국의 보안이 강화되고 서방 연합군의 협공으로 이라크와 시리아 거점마저 약화되자 무슬림이 밀집한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IS는 최근 들어 IS조직원뿐 아니라 추종세력을 포섭해 테러를 감행하는 ‘대리 타격’형태의 변화된 전술을 사용하고 있어 사실상 전세계가 IS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1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국공관 밀집지역 음식점에서 인질 테러가 발생해 이탈리아인 9명과 일본인 7명 등 20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현지 경찰 2명도 테러범들과의 총격전에서 사망했다. IS는 사건 직후 테러를 벌인 조직원들의 웃는 얼굴 사진 등 신원을 공개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는 IS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45명이 숨졌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이전에도 이슬람 과격단체의 테러가 빈발했지만 이번 테러는 기존의 반정부 무장단체와 연계된 폭력사태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이에 서방 정보 당국은 IS가 이라크 및 시리아의 근거지가 무력화하는 시점에 맞춰 각국의 IS추종세력을 통해 대리 타격에 나섰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스탄불 공항 테러 또한 체첸의 IS분파를 이끌던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확인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남아시아는 이슬람 테러단체가 큰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던 곳인데 다카 테러를 통해 IS추종 세력의 급증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IS의 전략 및 전술변화는 이슬람 단식 성월인 ‘라마단’에 맞춰 감지되고 있어 테러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IS는 5일로 끝나는 라마단 기간에 무차별 공격을 예고한 뒤 실제 자칭 ‘건국 2주년’인 지난달 29일을 전후해 테러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3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IS에 의한 연쇄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125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다쳤다.
IS가 전략 변화를 통해 방글라데시까지 공격권에 포함시키면서 일본과 한국 등 테러 무풍지대로 분류되던 아시아국가들도 더 이상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일본 정부는 이날 다카 테러로 자국민 7명이 사망하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 안에 국제 테러 정보를 전담하는 ‘일본판 CIA(미국 중앙정보국)’를 만드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카 테러에서 한국인 희생자는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지만 우리 보안 당국 또한 테러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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