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출국한 지 만 26일만에 귀국했다.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신 회장은 비자금 의혹 등 검찰 수사와 관련된 기자들 질문에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당시 기자들 앞에서도 미소를 띄우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던 신 회장은 이날 시종일관 굳은 표정과 단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또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확답을 피했다. ‘비자금 조성 혐의가 사실이냐’‘호텔롯데 상장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등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주총을 소집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앞서 지난달 7일 국제스키연맹 총회 참석 차 멕시코로 출국했던 신 회장은 그룹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린 합작 법인 기공식에 참석하는 등 공식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가 지난달 25일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까지 챙긴 신 회장은 이후에도 일본에 머물며 검찰 수사에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온갖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국내에 들어오기는 부담스럽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주총에서 승리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며 눈 앞의 위기는 넘겼다. 그러나 검찰의 칼날까지 피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신 회장은 그룹 임원진과 자문 변호사 등과 함께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그는 정상 출근하겠지만 공식 일정은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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