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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어vs부폰…피를 말린 두 거미손의 명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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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어vs부폰…피를 말린 두 거미손의 명승부

입력
2016.07.0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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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부폰(오른쪽)이 3일 스타드 드 보르도에서 열린 유로 2016 8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독일에 패한 뒤 상대 골키퍼 노이어에게 축하를 보내고 있다. 이날 두 골키퍼의 선방이 이어지며 승부차기 역사상 최고 명승부가 연출됐다. 보르도=AFP 연합뉴스
이탈리아 부폰(오른쪽)이 3일 스타드 드 보르도에서 열린 유로 2016 8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독일에 패한 뒤 상대 골키퍼 노이어에게 축하를 보내고 있다. 이날 두 골키퍼의 선방이 이어지며 승부차기 역사상 최고 명승부가 연출됐다. 보르도=AFP 연합뉴스

이탈리아 잔루이지 부폰(38ㆍ유벤투스)과 독일 마누엘 노이어(30ㆍ바이에른 뮌헨).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 불리는 두 선수는 경기 뒤 굳게 손을 맞잡았다. 노이어는 4강에 진출했고 부폰은 8강에서 탈락하며 희비는 엇갈렸지만 팬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연출한 둘 모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독일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보르도 스타드 드 보르도에서 열린 유로 2016 8강전에서 이탈리아와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1로 승부를 내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6-5로 이겼다.

독일은 후반 20분 요나스 헥터(26ㆍ쾰른)의 패스를 메수트 외질(28ㆍ아스널)이 받아 넣어 앞서갔다. 하지만 이탈리아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독일 중앙 수비수 제롬 보아텡(28ㆍ바이에른 뮌헨)이 어이없는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헌납했고 레오나드로 보누치(29ㆍ유벤투스)가 깔끔하게 넣었다. 두 팀은 90분을 1-1로 비긴 뒤 연장에서도 더 이상 득점이 없어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승부차기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피 말리는 접전이 이어졌다.

이탈리아의 선축으로 시작했고 양 팀 모두 1번 키커는 성공했다. 이탈리아는 2번 시모네 자자(25ㆍ유벤투스)가 실패해 위기를 맞았지만 부폰이 독일 토마스 뮬러(27ㆍ바이에른 뮌헨)의 슛을 막아내 한숨 돌렸다. 이탈리아는 3번 키커가 득점을 했지만 독일은 믿었던 외질의 슛이 포스트를 맞고 튕겼다. 이탈리아로 분위기가 넘어가나 싶었지만 4번 키커 그라지아노 펠레(31ㆍ사우스햄턴)가 실축했다. 독일 율리안 드락슬러(23ㆍ볼프스부르크)가 성공해 스코어는 다시 2-2. 이탈리아의 마지막 키커는 앞서 페널티킥을 성공한 보누치였다. 하지만 노이어는 보누치의 슛을 몸을 날려 손 끝으로 쳐냈다. 독일 주장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2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성공하면 독일의 승리로 끝나는 순간. 하지만 부폰이 가로막고 있어 부담을 느꼈을까. 슈바인슈타이거의 슛은 허공을 갈랐다. 독일은 천국 문턱에서 휘청댔고 이탈리아는 지옥에서 살아왔다.

이탈리아와 독일 모두 6,7,8번 키커는 실축이 없었다. 5-5에서 이탈리아 9번 마테오 다르미안(27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슛을 노이어가 또 다시 선방했다. 독일의 9번 헥터가 팀의 운명을 쥐었다. 부폰이 헥터의 슛 방향을 정확히 읽었지만 볼은 부폰의 손을 스치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역대 메이저 대회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4무4패(유로 대회 2무1패ㆍ월드컵 2무3패)에 그쳐 한 번도 못 이겼던 독일은 9명이 투입된 이날 승부차기에서 짜릿하게 이기며 한을 풀었다. 승부차기 승리는 공식 기록상 무승부로 남지만 독일이 깊은 설움을 한 번에 날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된 노이어는 “이렇게 많은 승부차기 선수를 상대한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드라마 같은 승리다”며 “승부차기는 자신감의 싸움이다. 나는 준비가 잘 돼 있었고 이탈리아 선수 대부분은 평상시처럼 차지 못했다”고 기뻐했다.

부폰은 비록 패했지만 왜 자신이 10년 이상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불리는 지 증명했다. 그는 이날 동료가 볼을 찰 때는 골문을 등지고 서서 경기 장면을 보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인 듯 했다. 골 라인 위에 서면 풍부한 경험과 타고난 본능으로 상대 키커와 수 싸움에서 늘 우위를 점했다. 부폰은 9명의 독일 키커 중 5명의 방향을 정확히 읽어내 감탄을 자아냈다. 경기가 끝난 뒤 눈시울을 붉힌 그는 “나 자신에 실망해서 눈물을 흘렸다”며 “선수와 팬들 모두 마법 같은 경험을 했지만 결국 패배로 끝이 났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경기는 부폰의 161번째 A매치였다. 어느덧 40대를 바라보고 있는 그는 “젊어진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당분간 대표팀 은퇴는 없을 거라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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