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에서 정신질환자가 공격성을 보일 때 시행하는 ‘RT(Restraint Therapy·억제대)’요법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폭행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동부지법 형사7단독 김준혁 판사는 3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신병원 관리부장 김모(54)씨와 요양보호사 황모(48)씨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의 한 정신병원에서 취침 소등을 하던 중 알코올 의존증을 앓아 입원한 A(53·여)씨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병실로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A씨가 “아직 세면도 안 했는데 왜 불을 끄냐”고 항의하자 두 사람은 A씨의 목을 눌러 쓰러뜨리고 양팔을 뒤로 꺾은 다음 팔ㆍ다리를 잡은 채 중환자 보호실로 끌고 가 격리했다.
김씨 등이 시행한 것은 ‘RT 요법’으로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과격행동을 보일 경우 팔과 다리를 교차시킨 뒤 몸에 밀착시켜 결박하는 방법이다. 현행 정신보건법에는 환자가 주변 사람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고 신체를 제한하는 방법 외에 위험을 회피할 방법이 없을 때만 치료 또는 보호를 목적으로 이 요법을 허용하고 있다.
A씨는 격리에서 풀려난 후 두 사람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으나 김씨는 “정신보건법에 따른 정당한 업무집행이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법원은 김씨 등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폭행 정도가 약한 점을 고려해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김 판사는 “피해자 증상이나 사건 경위를 봤을 때 당시 상황이 위험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이 행사한 물리력 방법과 강도 역시 환자 피해를 최소화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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