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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무선 마이크 단 최태원 “변하지 않는 기업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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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무선 마이크 단 최태원 “변하지 않는 기업은 죽는다”

입력
2016.07.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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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계열사 CEO들에게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계열사 CEO들에게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죽는다. 그것도 슬로우(slowㆍ느린)가 아니라 서든 데스(sudden deathㆍ갑작스러운 죽음)를 맞을 수 있다.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지난달 30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 강당. 김창근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등 40여명의 SK그룹 수뇌부가 착석하자 오른쪽 뺨에 무선 마이크를 단 채 무대에 오른 이는 최태원 SK 회장이었다. 갈색 허리띠와 면바지 차림을 한 그는 옅은 하늘색 셔츠의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뒤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사업구조, 조직, 생각, 문화 등을 모두 혁파하지 않으면 SK도 한 순간 사라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이날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를 주재했다. 그룹 회장으론 파격적인 형식으로 회의를 진행한 것은 그 만큼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그룹 회장부터 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최 회장이 지난해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확대경영회의를 연 것도 처음이다.

결연한 표정의 그는 “우리 임직원이 SK를 선택한 이유는 SK에서 일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고, SK가 존재함으로써 사회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며 “그러나 현실의 SK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에도 못 미치는 등 각 계열사의 각종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기업간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는데 진짜 전쟁이라면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CEO들에게 3가지를 주문했다. 먼저 돈 버는 방법의 변화다. 최 회장은 “환경이 변하면 돈 버는 방법도 바뀌어야 하는데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팔아야 할 지’ 사업의 근본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태”라며 “과거 성공이나 관행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하게 사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다. 그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출퇴근 문화부터 근무시간, 휴가, 평가ㆍ보상, 채용, 제도ㆍ규칙 등이 과연 지금의 환경에 맞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며 “관성을 버리고 열린 눈으로 일하는 방법을 다시 바라봐야 틀을 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중장기 경영을 위해선 재원과 체력이 중요한데 무엇보다 자산 효율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효율화가 이뤄지면 어떤 사업에 어떤 자산을 투입할 지 선택과 집중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만우 SK그룹 PR팀장(부사장)은 “최 회장이 던진 화두는 SK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면서 이를 사회와 국가와 나누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가 최근 ‘과장’과 ‘부장’ 등 직급을 없애고 임직원 간 공통 호칭으로 ‘님’을 사용하는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어 SK그룹도 사업ㆍ조직ㆍ문화 혁파에 나서며 재계에 혁신 바람이 거세질 지 주목된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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