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IS)의 테러는 단일 공격으로 최대한 많은 국가에 타격을 주겠다는 IS의 최근 테러 스타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외교공관들과 가까운 다카의 식당은 지난해 11월 파리 콘서트장, 올해 3월 브뤼셀 국제공항, 지난달 이스탄불 국제공항 등 대형테러가 발생한 장소들과 마찬가지로 각계각층의 외국인들이 모이는 이른바 ‘멜팅 팟(용광로)’이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로 ‘사실상 테러 안전지대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은 ‘다음 타깃은 어디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테러 위험 지역은 IS가 직접 지목한 런던과 베를린, 로마 등 유럽 관광도시들이다. IS는 지난 4월 공개 영상에서 “브뤼셀 테러는 단지 유럽 전역을 향한 경고에 불과하다”며 “어제가 파리, 오늘이 브뤼셀이었다면 내일은 런던, 베를린, 로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3개 지역은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일 뿐 아니라 관광객이 밀집하는 멜팅 팟이라는 점에서 IS로서는 일거양득의 테러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6월 올랜도 총기난사범이 IS 추종자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IS의 직접 타격은 아니었다. 존 브래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일 워싱턴 의회에 출석해 “미국 땅이 완벽히 밀봉돼 있고 IS가 테러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미국에서도 이스탄불 테러와 유사한 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슬림 인구가 다수 있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관광지에서 잇달아 IS의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다카 테러는 영국 경비 업체 ‘인텔리전트 프로텍션 인터내셔널’이 지난달 25일 “최근 아시아에서 전개된 IS 관련 상황을 보면 무엇인가 실행할 준비가 끝난 것 같다”며 “머지않아 큰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벌어졌다. IS도 지난달 홍보 영상에서 IS 동남아 지부가 점령한 필리핀 남부를 ‘칼리프령(이슬람 제국)’으로 선언하고 “불신자와 이단자를 보이는 대로 죽여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이 테러에 대한 정보 교환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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