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시즌 중반에 접어든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명문구단들의 위기론이다. 리그 선두 전북 현대를 비롯해 FC서울과 수원 삼성 등이 저마다의 이유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 FC서울은 시행착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구단은 잘 나가던 FC서울이다. 시즌 중 급작스럽게 감독이 교체된 뒤 곧바로 연패의 늪에 빠졌다. 최용수(43ㆍ장쑤 쑤닝) 감독이 이끌던 서울은 정규리그에서 전북과 승점 1~2차의 박빙 다툼을 벌였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와 FA컵에서 나란히 8강에 오르는 등 내심 트레블(시즌 3관왕)을 욕심 냈다.
그러나 감독이 교체된 뒤 부진에 빠졌다. 황선홍(48) 감독이 야심 차게 부임했지만 성남FC와 상주 상무에 일격을 당하며 2연패를 당했다. 지난 6월 15일 광주전(3-2 승) 이후 5경기 1승 1무 3패 및 최근 3연패로 서울답지 않다. 황 감독 체제 하에서 내용도 좋지 못했다. 2경기 동안 2점을 넣고 5골이나 허용했다.
서울의 위기 탈출은 황 감독의 전술이 선수단에 얼마나 빨리 녹아드느냐에 달렸다. 성남과 데뷔전에서 기존 최 감독의 스리백을 들고 나와 호되게 당한 뒤 상주전에는 본인의 포백 수비를 가동시켜 패했다. 생각보다 좋지 않은 양상이지만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감안했다. 황 감독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ACL 8강전은 8월말로 이때까지 선수단을 추스르고 포백 포메이션을 정착시키는 게 서울의 당면과제다.
◇ 버스에 갇힌 서정원
수원 삼성의 거듭된 몰락 또한 올 시즌 K리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수원은 지난 2일 열린 울산 현대와 원정 경기에서 권창훈(22)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 추가시간에 2골을 헌납하며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리그 9위로 처진 수원(승점 18)과 최하위 수원FC(승점 12)의 승점 차는 불과 6이다.
멀리까지 원정 응원을 왔지만 또 실망을 안기자 화나 난 수원 팬들이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는 사태가 벌어졌다. 팬들은 서정원(46) 감독의 해명을 요구했고 서 감독은 "미안하다. 반드시 치고 올라가겠다"며 몇 번이나 머리를 조아린 끝에 겨우 팬들을 달래고 약 30분 만에 버스를 출발시킬 수 있었다.
수원의 몰락은 사실 시즌 전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점에서 마땅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모기업의 투자가 대폭 줄어들며 누수된 전력에 비해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생각대로 선수단을 꾸리지 못한 서 감독은 언제쯤 반격 타이밍을 잡느냐는 물음에 4월→5월→6월로 그 시기를 계속 미뤄야 했고 보다 못한 팬들이 폭발한 것이다.
수원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화려한 공격 2선과 달리 전방에서 해결해줄 스트라이커 부재로 인해 많은 경기에서 주도권을 잡고도 승리하지 못했다. 얇아진 선수층 탓에 일부 주전 선수들에 대한 과부하도 시즌이 갈수록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3,4월 리그와 ACL을 병행하는 강행군으로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일찍 바닥났고 쉽게 회복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선수층이 얇아 대체할 스쿼드를 꾸리기가 만만치 않은데다 1진과 2진간의 실력 차도 존재한다. 수원 삼성이 후반전 약세를 반복하며 비기거나 지는 경기를 하는 배경이다.
◇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승점 35(9승 8무)로 선두 독주 채비에 들어간 전북 현대라고 편하지만은 않다. 리그 신기록인 개막 후 17경기 연속 무패 등 겉으론 순항하는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뒤숭숭하다.
전북은 심판 매수 사건이 불거진 후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강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더라도 상당수준의 승점 삭감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위지만 시한부 1위다. 전북은 어차피 맞을 매라면 하루빨리 맞는 편이 낫다며 속만 태운다.
동반 위기에 처한 명문구단들의 상황은 K리그 전체 흥행에도 악재여서 이들의 반격이 언제쯤 이뤄질지 축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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