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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판왕' 오승환의 극적인 반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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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판왕' 오승환의 극적인 반전 드라마

입력
2016.07.0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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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환.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오승환(34ㆍ세인트루이스)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첫 세이브를 거두자 환하게 웃었다. 빅리그 입성 전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듯 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경기를 마무리 짓고 항상 무표정했던 '돌부처'였지만 이례적으로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를 꼭 끌어안았다.

오승환은 3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전와 홈 경기에 팀이 3-0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2개의 삼진을 곁들여 퍼펙트로 틀어 막아 세이브를 올렸다. 트레버 로젠탈 대신 마무리 중책을 맡은 이후 두 번째 등판이자 처음 맞은 세이브 요건 기회에서 깔끔하게 뒷문을 단속했다.

한국인 투수 가운데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세이브를 수확한 선수는 오승환이 처음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투수 세이브는 2008년 8월3일 LA 다저스 박찬호가 애리조나전에서 세이브를 거둔 이후 8년 만이다. 오승환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에서 9시즌 동안 277세이브를 쌓았다. 이후 2014년 일본 한신과 2년 최대 9억엔(약 93억 7,000만원)에 계약하고 무대를 옮겨 2시즌 동안 80세이브를 올렸다.

앞서 이상훈(한국 98세이브ㆍ일본 3세이브), 구대성(한국 214세이브ㆍ일본 10세이브), 임창용(한국 232세이브ㆍ일본 128세이브)이 한국과 일본에서 세이브를 거뒀지만 모두 메이저리그에서는 실패했다. 일본인 투수 다카쓰 신고는 일본과 메이저리그에서 각각 286세이브, 27세이브를 올리고 2008년 우리 히어로즈(현 넥센)에서 8세이브를 추가해 첫 한미일 세이브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다카쓰는 대만에서도 세이브를 보태 4개국 프로 리그에서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가 됐다.

한국과 일본에서 구원왕 타이틀을 거머쥔 오승환은 지난 겨울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선수 생활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구애를 받았다. 3~4개 팀들이 오승환 영입에 관심을 갖고 협상을 벌인 결과 세인트루이스행을 결정했다. 계약 조건은 1+1 계약에 인센티프 포함 총액 1,100만달러(약 126억 2,800만원)로 알려졌다. 꿈꿔왔던 빅리그 무대에 입성하는 것은 좋았으나 한편으로는 정상급 마무리 로젠탈이 건재하고 불펜진이 탄탄한 세인트루이스를 선택한 것에 아쉬움을 내비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세인트루이스에서는 제한적인 기회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오승환은 중간 계투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초반 추격조로 마운드에 오르던 그는 루키 신분이지만 적응 기간도 필요 없이 안정된 투구로 셋업맨까지 맡는 등 점점 팀 내 입지를 넓혔다. 중간 투수로 성적은 37경기에서 2승 14홀드 평균자책점 1.66. 모든 기록이 팀 내 불펜 투수 중 가장 돋보였다. 때마침 로젠탈의 부진이 맞물리면서 오승환이 대체 마무리로 낙점을 받았다. 11년 전인 2005년 프로 첫해 삼성에서 중간 계투로 뛰다가 시즌 중 마무리로 승격한 것처럼 같은 과정을 겪었다.

첫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 오승환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행복이라는 단어 밖에는 지금의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며 "내 야구 인생에서 이룬 가장 중요한 성취 중 하나"라고 기뻐했다. 그는 이어 "목표는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실제로 오르는 것이었다"면서 "지금 내가 마무리 투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로젠탈이 있던 자리를 채우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마이크 매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오승환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며 "남은 시즌에도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날 오승환의 세이브로 승리 투수가 된 애덤 웨인라이트 역시 "오승환의 공은 어디서든 통한다"면서 "어떤 상황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가 '돌부처'라고 불리는 이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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