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 방영된 TV시리즈 중에 ‘전격 Z작전’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멋진 남자주인공들로 인기를 끈 동시대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주인공이 탔던 말하는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였다. 세월이 흘러 드라마 제목과 주인공의 이름은 잊혔어도 당시 우리들의 드림카였던 ‘키트’는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바람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자율주행자의 소프트웨어도 운전자로 볼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려, 자동차 혼자 운전할 길을 열었다. 실제로 구글은 미국 네바다, 플로리다 등지에서 자율주행차 실험을 실시하였다.
지금도 자동차 네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최적의 주행로를 검색하고, 위성통신망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도착예정시각까지 예측하여 알려준다. 이렇듯 일상 속의 첨단 ICT기술은 인간의 두뇌를 넘겨보고 우리의 생활을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은 어떠할까? 배들은 망망대해에서 어떻게 이동하며, 어떤 방식으로 위험을 예측하고 대응할까? 선박에서도 전자해도, 즉 디지털 해상지도를 사용하지만 현재 연안 20㎞ 바깥의 바다에는 이동통신망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기에 자동차 네비게이션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위성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있겠으나, 통신요금이 매우 비싸고 신호도 약한 편이라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특히 해양사고는 현장에 신속하게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고 규모가 크고, 선박사고의 82%는 운항 미숙, 과실 등 인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세계해사기구(IMO)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2019년 이내비게이션(e-Navigation)을 국제적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표준과 규정을 만드는 중이다.
이내비게이션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선박 운항에 적용하여 인적 과실에 의한 사고를 저감하고 항만운영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차세대 해양안전종합관리체계다. 육?해상 간 실시간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동 시스템의 도입으로 선박은 육상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안전항행 정보에 기반을 두고 의사결정을 하고, 육상에서는 선박의 운항 상황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여 충돌 등 위험상황을 자동으로 감지해 사고를 예방하거나 피해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 추세에 따라 2013년부터 이네비게이션을 도입하기로 하고, 어선 등 소형 선박에 의한 해양사고가 72%를 차지하는 우리 해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한국형 이내비게이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5년간 총 1,308억 원을 투입하여 우리 연안 100km 이내 해역에 초고속 해상무선통신체계(LTE-M)를 구축하고, 디지털 해상무선통신망과 전자해도를 기반으로 육ㆍ해상 간 정보를 공유함은 물론 선박위치 시스템의 정밀도를 높여 안전항해를 지원할 예정이다.
동 체제가 구축되면 육상에서 연안 여객선, 위험물 운반선, 어선 등 선박 상태를 직접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또한 주변 해상교통 상황을 분석하여 해당 선박에 해양사고 위험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기상ㆍ교통상황 등을 분석하여 안전하고 경제적인 항로를 추천하는 등 맞춤형 해양안전 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선박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동 사업을 통해 안전하고 경제적인 해상항로를 제공하여 선박 연료유도 절감하고, 항만 운영의 정보화를 통해 해운물류의 효율성도 제고함으로써 해운물류업계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세계시장의 48%를 점유하는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처럼 우리의 첨단 ICT 기술력을 기반으로 해상무선통신, 해양정보 콘텐츠 등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표준을 선도하여 또 하나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1온스의 실천이 1파운드의 생각보다 낫다’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올바른 정책을 적시에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형 이네비게이션이 담고 있는 사고 없는 바다, 효율적인 항만 운영, 신산업 육성 등 우리 바다의 미래를 차근차근 실천해간다면 우리 사회에 진정한 창조경제를 구현하고 국민행복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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