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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들, 인질이 코란 못 외우면 잔혹하게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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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들, 인질이 코란 못 외우면 잔혹하게 살해”

입력
2016.07.0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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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인 9명-일본인 7명 등 희생

IS 배후 자처 “십자군 국가들의 국민 겨냥”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국공관 밀집지역 내 레스토랑에서 1일 저녁 중무장한 괴한 9명이 침입해 30여명을 인질로 붙잡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방글라데시=AF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국공관 밀집지역 내 레스토랑에서 1일 저녁 중무장한 괴한 9명이 침입해 30여명을 인질로 붙잡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방글라데시=AF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국 공관 밀집 지역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인질 테러가 발생해 이탈리아인과 일본인 등 20명이 사망했다.

방글라데시군의 나임 아슈파크 초우드리 준장은 2일(현지시간) 오후 기자회견에서 “인질로 잡혔던 민간인 희생자 20명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의 발표를 종합하면 희생자는 이탈리아인 9명, 일본인 7명, 미국인 1명, 인도인 1명, 방글라데시인 2명으로 알려졌다. 한때 한국인도 희생자에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우리 외교부 확인 결과 한국인 희생자는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테러의 대상이 된 식당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는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있어 이탈리아인들이 자주 찾았기 때문에 피해가 컸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탈리아인 9명이 사망했음을 확인했고 1명이 실종됐다”며 “실종자는 은신해 있거나 부상자 틈에 섞여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일본인 희생자는 모두 컨설턴트 업체 소속으로 남성 5명 여성 2명으로 확인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오전 일본인이 희생된 것으로 파악되자 예정됐던 참의원 선거(10일) 홋카이도(北海道)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는 등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은 미국 버클리대에서 공부하던 인도인 타리시 자인(19ㆍ여)이 방학을 맞아 다카에 갔다가 피살됐다며 애도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희생된 인질 20명 가운데 자국민 1명이 포함됐다며 “끔찍한 테러 행위”라고 규탄했다.

금요일인 1일 오후 9시20분 시작된 인질극은 방글라데시군 특공대가 투입된 2일 오전 7시 40분까지 10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특공대의 진입작전에서 테러범 6명을 사살하고 1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진압작전에서 인질 13명이 구출됐다.

테러범들은 총과 칼 등으로 무장한 채 난입해 종업원과 손님을 인질로 잡았으며, 종업원 일부는 주방 쪽에 있다가 옥상을 통해 탈출했다. 탈출에 성공한 식당 지배인 수몬 레자는 “큰 폭발이 들린 후 무장 괴한들이 들이닥쳤다”며 “괴한들은 들어오면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총을 쐈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테러범이 인질에게 쿠란의 구절을 암송해 이슬람교도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고문해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초우드리 준장은 “희생자 대다수가 날카로운 흉기로 잔인하게 난도질 당했다”고 설명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레스토랑에서 1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인질극이 정부 특공대원들의 진압작전으로 13시간만에 종료됐다.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2일 오전 7시 40분께 인질극이 벌어진 레스토랑에 특공부대를 전격 투입, 무장 괴한 6명을 사살하고 인질 13명을 구출하며 사태를 종료시켰다. 구출된 13명 중 3명은 외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레스토랑에서 1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인질극이 정부 특공대원들의 진압작전으로 13시간만에 종료됐다.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2일 오전 7시 40분께 인질극이 벌어진 레스토랑에 특공부대를 전격 투입, 무장 괴한 6명을 사살하고 인질 13명을 구출하며 사태를 종료시켰다. 구출된 13명 중 3명은 외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방글라데시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무장 괴한과 총격전을 벌이며 대치했다. 테러범은 폭발물을 터트리며 격렬히 저항, 경찰과 군인 26명이 부상했다. 이 가운데 10명은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보인다. 방글라데시 치안 당국은 초기 교전 이후 인질 석방을 위해 교섭을 벌였으나 협상에 진전이 없자 식당에 병력을 투입했다.

IS는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하며 모두 24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IS는 성명을 통해 “십자군 국가들”의 국민을 겨냥해 공격했다고 밝혔다. 십자군 국가는 바티칸이 있는 이탈리아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IS 연계 홍보 매체인 아마크 통신은 숨진 외국인들의 시신이라며 잔혹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성스러운 라마단 기간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이들이 어떻게 무슬림이냐”며 “종교를 믿는 이들이라면 이 같은 일을 저지를 수 없다”고 규탄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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