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엘리자베스 워런, 쟈넷 옐런…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일반인들은 국무장관 출신의 대선 후보, 상원의원, 연방준비제도 의장 등 미국의 거물 여성이라는 공통점에 주목하겠지요. 그러나 패션업계에서는 다릅니다. 세 명의 거물 여성이 패션 선택에 주목합니다. 검소함과 중후한 패션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이들 거물 여성은 한국에서는 생소한 ‘니네어 맥리모어’(Nina McLemore) 브랜드의 단골 고객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내놓은 특집 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 워런 의원, 옐런 의장이 ‘니네어 맥리모어’를 애용하는 이유를 소개했습니다. 이 신문은 ‘니네어 맥리모어’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세인트 존니트 등 대형 업체가 놓친 미 상류층의 ‘파워 우먼’틈새시장을 제대로 파고 들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존 고급 여성브랜드가 짧고 몸에 붙는 스타일의 옷으로 할리우드 스타 등 화려한 유명 여성을 공략했다면, ‘니네어 맥리모어’는 로펌, 투자은행 간부 등 지적이면서도 권위가 느껴지는 여성 패션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니네어 맥리모어’ 패션의 특징을 보여주는 의류가 재킷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니네어 맥리모어’ 재킷은 좁은 어깨와 다른 브랜드보다 긴 소매라고 합니다. 또 소매 끝 한쪽을 6㎝가량 세로로 잘라내, 겉보기에 당장에라도 팔을 걷어붙이고 일 할 태세가 되어 있는듯한 이미지를 풍깁니다. 옷깃도 세로로 세워 몸이 길어 보이게 합니다.
실제로 클린턴 전 장관과 옐런 의장 등은 대중 연설이나 청문회 등 여성미보다는 전문가적인 식견과 권위가 돋보이는 장소에서는 대부분 ‘니네어 맥리모어’재킷을 입는다고 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따‘니네어 맥리모어’를 만든 니네어 맥리모어는 디자이너이면서도 콜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를 졸업하고 벤처캐피탈에서도 재직하는 등 패션감각과 사업수완을 겸비한 인물입니다. 특히 패션브랜드‘리즈 클레어본’에서는 액세서리 부문을 창업시켜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맥리모어는 미국의 유명 패션브랜드가 할리우드와 중국ㆍ개도국 시장에 집중하면서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미국의 ‘검소한 상류층’ 그것도 일하는 전문가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2003년 자신의 브랜드를 내놨습니다.
공략 대상은 C-SPAN, CNN, PBS 등 TV방송 여성 진행자였습니다. 이들은 한 벌에 4,000~1만2,000달러나 되는 유명 브랜드 옷을 구매할 경제력은 되지만, 사치스런 진행자를 비판하는 시청자들 때문에 적당한 가격의 품위 있는 옷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시장이었습니다. 따라서 TV에 어울리는 색깔의 구김 없는 소재로 만든 800달러 ‘니네어 맥리모어’ 재킷은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맥리모어는 “미국에서도 여성이 말을 하면 고개를 돌리는 등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다”며 “파워 우먼이 권위를 제대로 표현하는 옷을 만들어 그들의 성공을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미국 대통령이 되고 나면, 한국에서도 비슷한 바람이 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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