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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더민주, '회의 시간 줄이기' 대작전…왜?

입력
2016.07.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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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com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com

‘13분’.

더불어민주당의 1일 아침 비상대책위원회 걸린 시간입니다. 참석자들이 한 마디라도 더 하려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는 다른 당 아침회의 풍경과는 달리 더민주는 1분이라도 회의 시간을 줄여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김종인 대표를 비롯해 우상호 원내대표 이종걸 진영 정성호 박완주 기동민 송옥주 한정애 김영춘 박용진 양승조 이언주 박광온 의원 등이 참가했지만 발언을 한 사람은 김 대표, 우 원내대표 두 사람뿐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참석자들도 할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죠. 일부러 발언을 하지 않고 ‘참는 것’인데요.

더민주는 요즘 ‘회의시간 줄이기 대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정치권에서 당 지도부들이 주재하는 비대위, 최고위원회의, 정책조정회의 등의 오전 9시 아침회의는 그날 정치권의 이슈를 집약적으로 보여줘 언론의 주목도가 가장 높은 자리입니다. 당연히 수 많은 기자들과 카메라가 진을 치고 표정 하나 말 한 마디에 집중을 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참석자들은 언론의 조명을 받기 위해 한 마디라도 더 하려다 보니 기본 30분은 물론이고 한 시간 가까이 걸리곤 하는데요.

반면 더민주에서는 회의 시간이 길어도 15분을 넘지 않고 10분 내로 끝나는 날도 많습니다. 과거 참석자 대부분이 마이크를 돌려가며 한 마디 씩 하느라 더민주 역시 긴 회의 시간을 자랑(?)했는데요, 20대 국회에서는 확 달라진 모습입니다.

더민주의 ‘짧고 굵은 회의’는 비대위와 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름 ‘짜여진 계획표’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매주 월ㆍ수ㆍ금요일 김 대표가 주재하는 비대위 회의는 비대위원들은 비공개로 진행하는 사전 회의에서 본 회의에서 누가 발언할 지 무엇을 말할 지 등을 조율해 ‘4명’ 이상 발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한 비대위원은 “과거 지도부 회의는 내용이 겹치더라도 참석자 모두 각자 발언 내용을 준비해서 무조건 한마디씩 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굳이 다른 사람과 겹치는 내용이라면 발언을 준비했더라도 참고 또 참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 원내대표가 이끄는 원내대표단은 매주 화ㆍ목 오전에 열리는 정책회의 전날(월ㆍ수요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다음날 회의 때 발언하고 싶은 사람과 주제를 미리 제안을 받은 뒤 ‘그럼 ** 주제는 @@ 부대표가 발언 하기로 합시다’라는 식으로 조율을 한다네요.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같은 주제로 한 여러 사람의 겹치기 발언을 최소화 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엔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회의 때마다 벌어졌던 여러 갈등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으로 촉발된 주승용-정청래 갈등은 상당 기간 당을 갈라지게 했고, 결국 연말ㆍ연초 집단 탈당의 씨앗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습니다. 회의 때마다 ‘친노-비노’ 진영으로 갈라져 참석자들 사이에 ‘내부 총질’을 해댔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종걸 당시 원내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재신임은 유신시대의 언어”라고 비판해 논란을 빚는 등 갈등의 맨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곤 했습니다. 급기야 당내에선 ‘차라리 회의 안 하면 안 되나’하는 무용론까지 나왔습니다.

최근 아침회의 시간 줄이기 대작전은 아침회의마다 서로를 향한 ‘날 선 발언’으로 고스란히 노출되던 계파 간의 파열음을 미리 단속하자는 것이죠. 과거를 거울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겁니다. 더민주의 한 비대위원은 “다들 하고 싶은 이야기야 있지만은 괜한 설화(舌禍)를 막자는 데 다들 공감한다”고 발했습니다. 특히 새누리당이 당내 갈등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우리는 절대 또 싸우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크다고 하네요.

너무 회의가 빨리 끝나나 보니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애는 것 아니냐’ ‘지도부의 방침에 반대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조금씩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조용하고 빨리 끝나는 게 낫다는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당이 ‘갈등 없이 조용해야 지지율이 오른다’는 더민주의 징크스도 ‘엄숙한’ 회의가 유지되는 이유라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8ㆍ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대를 통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 10명의 최고위원들이 함께하는 새 지도부에서 ‘길고 시끄러운 회의’가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옵니다. 더민주의 조용한 회의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요.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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