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초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주요 공제회 앞다퉈 이자율 조정
나란히 사상 첫 3%대 구간 진입
부동산 등 대체투자도 쉽지 않아
“더 굴려달라” 회원들 요구 빗발
공제회는 “한도 증액 쉽지 않아”
140만 회원의 노후자금 51조원을 운용하는 국내 주요 공제회가 회원들에게 지급하는 이자율이 이달부터 모조리 연 3%대로 낮아진다.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5%대 고금리를 회원들에게 보장했던 공제회조차 1%대 초저금리 여파를 비켜가지 못한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높은 금리에 “월 납입한도를 대폭 높여달라”는 공제회 회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가 낳은 풍경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ㆍ행정공제회ㆍ경찰공제회의 지급이자율이 이날부로 3%대로 낮아졌다. 교직원공제회는 4.32%에서 3.60%로 이자율을 낮췄으며, 행정공제회(4.08%→3.40%), 경찰공제회(4.37%→3.42%) 등도 하향 조정했다. 앞서 올해 1월 소방공제회가 이자율을 연 4.09%에서 3.33%로 끌어내렸고, 4월에는 군인공제회(4.00%→3.26%), 과학기술인공제회(4.75%→3.80%) 등도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지급이자율은 공제회 회원들이 매월 납입한 회비에 적용되는 금리다. 공제회는 매달 회원들이 납부하는 회비를 토대로 기금을 운용해 수익을 거둔 후 회원들이 퇴직ㆍ사직ㆍ사망하면 그간 납부한 회비에 이자(지급이자율)를 더해 퇴직급여로 지급한다. 예를 들어, 교직원공제회의 회원인 전국 국ㆍ공ㆍ사립학교 교직원들은 재직 기간에 매월 장기저축구좌에 일정 금액(한도 60만원)을 불입하고, 퇴직한 뒤 납부금에 복리로 계산한 이자를 더해 돌려 받는 식이다.
국내 주요 공제회의 이자율이 일제히 3%대 구간에 접어든 건 이번이 처음. 이자율 하락 속도도 가파르다. 불과 작년 초만 해도 주요 공제회의 이자율은 5.0~5.5%에 걸쳐 있었다. 이후 작년 4월 군인공제회가 지급이자율을 5.4%에서 4.0%로 큰 폭으로 낮추고, 주요 공제회들이 이런 흐름에 모두 동참하면서 이자율 4% 시대가 열렸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3%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는 1%대 초저금리 기조가 유례없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공제회 최고운용책임자(CIO)는 “그나마 6~7%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가 대체투자(부동산ㆍ기업금융 등)인데 워낙 연기금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투자 기회를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주식ㆍ채권으로는 연간 손실만 기록하지 않아도 성공“이라고 토로했다.
감사원, 국회 등 감독기관에서 그간 공제회의 ‘고금리’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한 점도 고려됐다. 감사원은 작년 9~10월 일부 공제회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한 후 “운용 수익률(수입)이 지급이자율(지출)에 미치지 못하면서 해마다 적자가 쌓이는 등 재정건전성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작년 10월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이 군인공제회의 고금리 문제를 지적하며 “계원들이 맡긴 돈에 요즘 누가 이자를 4%씩 주느냐“고 질책했다.
지급이자율을 낮췄지만 공제회의 인기는 여전하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1%대 초반인 상황에서 이만한 수익을 보장해주는 투자처가 없는 탓이다. 행정공제회 관계자는 “평소 전화 문의는 물론 공제 제도를 설명하기 위한 세미나나 워크숍을 진행할 때도 납입한도를 늘려달라는 회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며 "다만 최근 저금리 저성장 기조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공제회 입장에서는 한도를 증액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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