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비행기 활주로서 만나
트럼프 “공정성 의심” 특검 요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아내(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과 심야에 회동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진영에서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며 특별검사 임명을 요구하는 등 공세에 나섰다.
30일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 27일 밤 애리조나 주 최대도시 피닉스의 스카이하버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뤄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용기와 법무장관 전용기가 각각 활주로에 대기 중이었는데,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예고 없이 법무장관 전용기를 방문한 것이다. 린치 장관은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로 출장 나온 중이었고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골프 여행을 마치고 애리조나를 떠날 예정이었다.
공화당이 장악한 미 하원의 벵가지특위가 최종 활동 결과를 발표하기 전날 이뤄진 여당 대통령 후보의 남편과 법무장관의 심야 회동이 발각되면서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 사용, 즉‘이메일 스캔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연방수사국(FBI) 수사에 압력을 넣거나 정보를 얻기 위해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FBI는 조만간 수사를 마치고 법무부에 기소 여부가 포함된 최종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문이 확대되자 린치 장관은 29일 LA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명을 시도했다. 그는 “30분간 이뤄진 대화는 새로 태어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외손자에 대한 이야기와 골프 여행에 관한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또 “국무부와 관련된 어떤 현안도 논의하지 않았다. 벵가지 이야기는 없었으며 이메일 얘기도 없었다. 그날 뉴스였던 브렉시트 결정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애리조나 활주로 심야회동 파문은 30일 더욱 확대됐다. 민주당에 밀리고 있는 수세를 반전시킬 호재라고 판단한 공화당과 트럼프 진영이 일제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편파 수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특별검시 임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이날 ABC 방송에 출연, “린치 장관과 전직 대통령의 만남에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또 “30분 가량 만났다는데 손자와 골프 얘기만 나누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백악관은 ‘이메일 사건’ 수사의 공정성을 거듭 강조하며 사태 확산을 막는데 주력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나 법무장관 모두 정치색이 배제된 수사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며 “이번 회동과 FBI수사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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