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前에야 종일반 자격 확정
“관할 담당자조차 기준 몰라 혼란”
맞춤반에 맞춰 등하원 시간 변경
“낮잠 덜 깨… 간식 못 먹어” 불만
일부선 “차운행 못해 데려가세요”
추가보육 바우처 편법 운용 조짐
어린이집 영아(우리 나이 1~4세) 보육을 종일반(하루 12시간 보육)과 맞춤반(6시간)으로 이원화하는 맞춤형 보육이 1일 전면 시행됐다. 그러나 제도 시행 하루 전에야 정책 집행 계획을 확정한 탓에 보육 현장은 첫날부터 적잖은 혼선을 빚었다.
이날 일선 어린이집은 맞춤형 보육의 기본 조건인 반 편성부터 확정되지 않아 우왕좌왕했다. 전날 보건복지부가 종일반 이용이 가능한 다자녀 가구 요건을 기존 세 자녀 이상에서 일부 두 자녀 가구로 완화했는데 그 적용 기준(두 자녀 모두 2014년 1월 1일 이후 출생)이 대상 가구나 어린이집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탓이다. 한 어린이집 단체 관계자는 “관할 시ㆍ군ㆍ구 담당자들도 정확한 기준을 모른 채 자기 생각대로 문의에 답변하고 있어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 ‘두 자녀 모두 생후 36개월 이하면 종일반 대상’이라는 부정확한 정보가 유포된 것도 혼선을 키웠다. 2013년 하반기 출생 아동의 경우 태어난 지 36개월이 안됐지만 종일반 적용 대상은 아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시 한 번 지자체 담당자들에게 기준을 숙지시키고 늦어도 주말까지는 새 종일반 적용 대상 가구에 통보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맞춤반 운영 표준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로 제시되면서 빚어지는 혼란도 적지 않다. 어린이집과 학부모가 상의해 맞춤반 운영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는 정부 방침에도 불구, 상당수 어린이집이 등ㆍ하원 시간을 표준시간에 맞춰 일방적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녀가 불이익을 받게 됐다는 맞춤반 학부모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서울 지역 학부모 A씨는 “오후 3시에 맞추다 보니 평소보다 일찍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낮잠에서 덜 깬 아이가 울면서 투정을 부렸다”며 “맞춤반 운영 시간 변경 때문에 오후 간식도 못 먹은 아이를 데리고 오려니 속상했다”고 말했다. 학부모 B씨는 “어린이집에서 맞춤반이 우리 아이를 포함해 두 명뿐이라 하원 차량 운행이 어려우니 직접 데려가라고 했다”며 “집에서 거리가 멀고 자가용도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맞춤반 부모가 사정이 있을 때 월 15시간 추가 보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급되는 긴급 보육바우처도 벌써부터 편법 운용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맞춤형 보육 시간을 30분 정도 연장하는 조건으로 한 달치 바우처를 전부 사용할 것을 학부모에게 요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어린이집은 바우처에 더해 종일반과 맞춤반 보육료 차액(1세반 기준 월 1만 6,000원)을 지불하면 종일반과 동일하게 대우하겠다는 제안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들이 제도 취지를 무시하고 보육료 수입 늘리기에만 골몰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보육교사들도 불만이 적지 않다. 저출산, 과잉 설립 등으로 어린이집 경영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보육 시간이 짧은 맞춤반 도입으로 임금이 삭감되거나 시간제 근로자로 전락할 것이란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기 지역 어린이집 교사 C씨는 “지난달 원장에게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일찍 퇴근하되 급여는 깎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다행히 맞춤반 보육료가 인상되긴 했지만 고용 상황이 불안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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