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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녹취록 파장 확산, 세월호 참사 전부터 KBS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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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녹취록 파장 확산, 세월호 참사 전부터 KBS 압박

입력
2016.07.0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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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단체 관계자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 사이에 오간 통화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0@hankookilbo.com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단체 관계자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 사이에 오간 통화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0@hankookilbo.com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보도개입 녹취록 내용이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참사 이전부터 KBS 보도에 대해 전 방위적으로 개입해온 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 개인의 돌출행동이나 KBS 일부 경영진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청와대가 사실상 사장을 선임하는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과 이 의원의 통화내역이 담긴 녹음파일과, 김시곤 국장이 2013년 초부터 1년 간 보도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청와대와 길환영 전 KBS 사장의 일상적인 보도개입 사례를 구체적으로 기록한 비망록은 정권의 공영방송 보도 개입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 전 국장이 작성한 비망록에는 길 전 사장이 KBS의 종합뉴스인 ‘뉴스9’에 수시로 개입해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2013.5), 국정원 댓글 사건(2013.8) 등 정부에 타격을 줄 만한 사건을 뉴스 앞 부분에 배치하지 말라는 지시내용이 수십 차례 등장한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크고 작은 행사 관련 보도를 뉴스 앞 부분에 배치하라는 요구도 담겼다. 김 전 국장은 비망록에서 “‘뉴스9’ 방송이 임박한 오후 8시쯤 길 사장이 전화를 걸어와 ‘대통령, 방송의 날 기념식 참석’(2013.9) 보도를 올리라고 지시해 애초 12번 째에서 11번째로 배치했다”고 전했다. 뉴스의 맨 마지막 순서로 보도한 ‘청와대 안뜰서 아리랑 공연’(2013.10) 리포트의 경우 방송 이후 이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맨 마지막에 편집한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했다는 내용도 폭로했다.

길 전 사장의 노골적인 보도 독립성 침해는 이미 사법적 판단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김도현 부장판사)는 지난 4월 김 전 국장이 낸 징계무효소송을 기각하면서 “길 전 사장의 뉴스 보도개입과 그 내용 등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편파적 보도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하거나 의혹을 사기 충분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2014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길환영 전 사장 해임 이후 낙하산 사장 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KBS본부 제공
2014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길환영 전 사장 해임 이후 낙하산 사장 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KBS본부 제공

녹취록과 비망록 내용에 대해 언론학자들도 날 선 비판을 하고 있다. 한국언론학회나 한국방송학회 등 언론학자 단체 차원에서 정권의 공영방송 보도 개입을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제에 KBS 등 공영방송이 정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도록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청와대가 KBS사장을 낙점하는 상황에서는 공영방송에 대한 정권의 개입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사장 추천권을 갖고 있는 KBS 이사회는 정부여당과 야당 측 추천이사가 각각 7대4로 구성돼 청와대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언론학자들과 언론시민단체는 공영방송 독립성 확보를 위해 여야 동수 이사회 구성,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 시 의결되는 특별다수제 도입, 각계각층 사회 인사로 이뤄진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등을 수 년 전부터 주장해왔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정치화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현존하는 한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방송이 휘둘리는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KBS 뉴스가 이 의원의 보도개입 관련 소식을 한 꼭지도 전하지 않은 점도 공영방송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KBS 사회부 소속 기자가 기자회견장을 취재해 기사까지 작성했지만 보도가 누락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1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주요 일간지와 통신은 물론 MBC와 SBS까지 메인 뉴스에서 다뤘지만 유독 KBS만 입을 다물고 있다”며 “KBS의 세월호 관련 보도에 대해 거리낌없이 외압을 자행하던 당시 KBS의 참담한 위상을 지금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대착오적 외압이 존재하는 것도 문제지만 외압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언론인의 자유의지 및 저널리즘의 독립성이 더 절실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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