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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치적으로 올바른 타잔, 재미는 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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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정치적으로 올바른 타잔, 재미는 덜하네

입력
2016.07.0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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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은 서구 제국주의의 폐해를 비판하며 정치적 올바름을 보여준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은 서구 제국주의의 폐해를 비판하며 정치적 올바름을 보여준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타잔하면 몇 가지가 떠오른다. 수영복 같은 짧은 가죽바지와 단검, 밀림, 코끼리, 리듬감 어린 포효, 그의 연인 제인 등…. 나무 덩굴을 잡고선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는 청량한 장면도 타잔의 상징이다. 악당들에 맞서 정의 구현에 나서는 타잔은 정글판 슈퍼히어로다. 1918년 스크린에 첫 선을 보인 뒤 마르고 닳도록 재활용된 캐릭터이니 더 이상 궁금증도, 호기심도 부르긴 어렵다. 2010년대 타잔이 스크린에 부활한다고 했을 때 열광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은 이유다.

29일 개봉한 새로운 타잔 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은 익숙함과 싸우려는 듯 새로운 이야기 틀을 제시한다. 타잔을 아프리카를 침탈한 서구 제국주의에 맞서는 투사로 묘사하며 ‘정치적으로 올바른’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1억8,000만달러(약 2,065억원)를 들여 만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답지 않은 면모다.

발단부터 새롭다. 아프리카 밀림에서 태어나 고릴라들 사이에서 자란 타잔이 아버지의 고향 영국으로 가 귀족으로 살고 있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타잔(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은 존 클레이튼이라는 귀족 신분으로 근사한 저택에 살면서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 제인(마고 로비)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음모 어린 초대장이 도착한다. 타잔을 이용해 콩고의 다이아몬드를 차지하려는 레오폴드 왕의 심복이 보낸 것이다. 클레이튼은 “더운 곳은 이제 싫다”며 완곡한 거부 의사를 밝히지만 미국 정부가 파견한 외교관 조지 워싱턴 윌리엄스(사무엘 잭슨)의 설득으로 자신이 태어났던 콩고로 향한다. 윌리엄스는 레오폴드 치하 식민지인 콩고의 인권 유린 실태를 파악해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한다며 클레이튼과의 동행을 자처한다.

영화는 서구 제국주의를 악으로 규정하고 비판한다. 윌리엄스는 영화의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물이다. 흑인으로 남북전쟁에 참전했고, 인디언 소탕전에 참여했던 윌리엄스는 제국주의를 대놓고 비판한다. “먹고 살기 위해” 인디언 소탕에 나섰다는 윌리엄스는 콩고 밀림에서도 똑 같은 일이 반복되길 원치 않는다. “문명의 때가 묻지 않았다”며 타잔을 환대하는 콩고 한 부족장의 발언도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대변한다.

명징하고 올바른 메시지 때문일까. 긴장도가 약하다. 볼거리는 빈약하고, 선과 악의 대립이 지나치게 명확하다. 아프리카의 자연 풍광, 밀림을 헤집는 타잔의 활약(그나마 짧다) 정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풍성한 정글 활극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실망할 만하다. 레오폴드 왕이 콩고에서 행했던 악행은 지금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서구 열강은 그나마 도덕적이었다는 식의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레전드 오브 타잔’에 갈채를 보내기 어려운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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