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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의 끝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쓸모 타령 대신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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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의 끝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쓸모 타령 대신 “도전”

입력
2016.07.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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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없는 짓의 행복

크리스 길아보 지음ㆍ고유라 옮김

더퀘스트 발행ㆍ300쪽ㆍ1만5,000원

하라는 건 안하고! 이런 말을 듣기 딱 좋은 딴짓은 왜 모두 재미있는 걸까. 시험 면접 마감 회의 기간 아니, 늘 뇌리를 맴도는 최대의 미스터리이자 불변의 진리다. ‘쓸모 없는 짓의 행복’은 이런 딴짓거리의 죄책감을 희석하기 딱 좋은 유사 복음서다. 출세, 명예, 부 따위완 전혀 무관해 보이는 엉뚱한 목표에 기약 없이 도전하는 이들의 일상을 담고 교훈을 추출했다.

저자 크리스 길아보는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라는 전작으로 이름을 알린 자기계발 전문가다. 저자의 배경 탓에 “이런 쓸모 없는 짓들이 이래봬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게 될 것”이라는 전제가 종종 튀어나온다는 점은 함정이다. 혹자는 이런 역설적 ‘쓸모에의 집착’이 탐탁지 않겠지만 적어도 쓸모 타령하다 주저앉기 일쑤였거나, 쓸모 걱정에 안절부절 중이라면 훑어볼 만하다. 등장 사연들이 꽤 다이내믹해 눈이 뜨인다.

저자는 세계 193개 나라를 여행하며, 자신처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뭘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이들 중 50여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책은 독자들을 일종의 모험 과제, 이를테면 “일상이 못마땅하면 우선 변화를 일으켜보라”는 숙제에 끌어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사연을 간략히 인용하는 식이다.

샌디 휘튼은 12년간 다닌 제너럴 모터스에서 해고되자 두렵기도 했지만 “뭔가 다른 걸 해볼 마지막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사진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구직 활동에 나서야 했지만, 그걸 미뤄둔 채 거리에서 6만 장의 사진을 찍었고 비로소 “내 삶의 고삐를 쥔 희열을 느꼈다”는 그녀는 결국 여행 가이드로 일하며 사진 전시를 겸하는 새 일상을 구축했다. 뜻하지 않게 “불행이 새로운 시작을 이끌어낸” 셈이다.

무일푼으로 영국에서 인도까지 여행에 도전하고, 모든 메이저리그 야구장에서 야구보기를 목표로 세우고, 난데없이 스탠드업 코미디에 통달하기 위한 훈련에 나서는 등 다양한 딴짓에 빠진 이들의 공통점은 열정적이며,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주건 말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기쁨’에 매료됐다는 것이다. “그때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궁금해하고 있겠죠. ‘해봤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이들을 통해 저자가 배운 교훈은 ▦불행은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자각은 목표 추구에 도움을 준다는 것 ▦모든 사람이 내 꿈을 믿어주길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것 ▦노력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될 수 있다는 것 ▦모든 딴짓이 만족스럽게 끝나진 않는다는 것 등이다.

‘쓸데없는 짓도 정도껏 해야지’ 싶은 생각이라면 저자가 추천하는 대안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전 세계 모든 나라 음식을 요리해 볼 자신이 없다면? 거의 들어본 적 없는 나라의 민속음식점에서 외식을 해보자. 17년간 묵언 수행에 도전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하루만이라도 불필요한 말을 삼가 보자. 100만 장의 사진을 찍어 전시하기 귀찮다면? 하루 한 장 공들인 사진으로 일상을 기록해보자. 혹시 지긋지긋한 일상에 숨을 틔우고, 마음을 뛰게 할 다른 딴짓이 번쩍 떠오를지도.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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