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어머님’으로 칭하면 그만이지만, 미국의 여성들은 남자 친구나 남편의 어머니 칭호를 놓고 난감해한다. 학교에 가서도 여자 선생님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What should I call you?’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호칭은 여전히 민감한 문제다.
기혼 여성을 Mrs.로 칭하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여성들은 결혼하면 대개 Mrs.를 사용하지만, 일부는 ‘친정 가문의 성씨’(maiden name)를 그대로 쓰고 이혼한 여성 같은 경우에는 결혼 이전의 본래의 성씨를 사용할 수도 있기에, 어떤 호칭으로 부를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또, ex-husband의 성씨를 당분간 그대로 쓰는 등, 경우의 수가 굉장히 많다. 학교를 방문해, 여자 선생님을 부를 때에도 위와 같은 혼동이 생긴다. 교사를 ‘Teacher!’라고 부르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What should I call your teacher?’라고 물어 얻은 답을 토대로 Mrs, Miss, Ms 중 가장 적합한 호칭을 불러 주어야 한다. 남자는 기혼 여부와 상관없이 Mr. Johnson식으로 부르면 그만인데 여성은 Miss Mrs. Ms 중에서 골라야 하니 매우 복잡하다. 그리고 여성 누구에게나 가능한 Ms를 미혼 여성에게 사용하면 ‘나는 기혼 여성인데 왜 애매 모호한 미혼 비혼 호칭을 쓰느냐’며 싫어하는 여성도 있다.
전통적으로 기혼 여성이나 미망인(widow)은 자신의 결혼 전 성씨(maiden name)를 쓰지 않는다. 지금도 이혼 여성이 미혼 당시의 성씨로 돌아가는 비율이 높지 않으며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전남편의 성씨를 그대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직장 문화에서는 Mrs나 Miss보다 Ms를 쓰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지만, 일부 미혼 여성은 ‘나는 미혼인데 왜 애매한 Ms로 부르느냐’며 정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혼한 여성의 경우, 재혼 시 청첩장에는 본인의 이름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난감해진다. 이혼을 밝히지 않기 위해 ex-husband의 성씨(Mr. Johnson)와 자신의 이름 Susan을 붙여 Mrs. Susan Johnson처럼 쓰는 여성도 있다. 남편의 이름이 John Smith일 경우, 이를 따라 ‘Mrs. John Smith’처럼 적는 것이 고전 방식이었는데 이럴 경우 여성의 이름은 온데간데없어진다. 그래서 요즘에는 부부의 first name 없이 Mr. and Mrs. Smith로 씀으로써 부부임을 알리거나 자신의 first name과 남편의 성씨를 붙여 Mrs. Hilary Clinton처럼 쓰는 것이 보편적이다.
공공장소에서의 호칭도 크게 변하고 있다. 한국 식당에서 ‘어이, 웨이터’라고 부르면 기분이 나쁜 것처럼 영어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느껴, ‘Hey, waiter’나 ‘Hey, waitress’ 같은 호칭은 없어진 지 오래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이유로 비행기 안에서 ‘Stewardess!’라고 부르지 않고 ‘Excuse me’나 ‘Excuse me, Miss’로 부른다. 이런 경우엔 기혼 여부로 호칭 구분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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